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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

빈말을 믿어 안심하지 말고

by 한종호 2015. 9. 20.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4)

 

빈말을 믿어 안심하지 말고

 

 

“여호와께로서 예레미야에게 말씀이 임(臨)하니라 가라사대 너는 여호와의 집 문(門)에 서서 이 말을 선포(宣布)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 경배(敬拜)하러 이 문(門)으로 들어가는 유다인(人)아 다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라 만군(萬軍)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 길과 행위(行爲)를 바르게 하라 그리하면 내가 너희로 이곳에 거(居)하게 하리라 너희는 이것이 여호와의 전(殿)이라 여호와의 전(殿)이라 여호와의 전(殿)이라 하는 거짓말을 믿지 말라 너희가 만일(萬一) 길과 행위(行爲)를 참으로 바르게 하여 이웃들 사이에 공의(公義)를 행(行)하며 이방인(異邦人)과 고아(孤兒)와 과부(寡婦)를 압제(壓制)하지 말며 무죄(無罪)한 자(者)의 피를 이곳에서 흘리지 아니하며 다른 신(神)들을 좇아 스스로 해(害)하지 아니하면 내가 너희를 이곳에 거(居)하게 하리니 곧 너희 조상(祖上)에게 영원(永遠) 무궁(無窮)히 준 이 땅에니라”(예레미야 7:1-7).

 

이따금씩 부천 시내에 있는 백화점을 찾는 이유는 백화점 안에 서점과 문구점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구매가 가능하지만 그래도 책 사이를 거닐고 싶어서, 설교문을 적는 노트를 직접 눈으로 보고 구하고 싶어 시간을 내곤 한다.

 

백화점 주차장으로 들어설 때면 한결같은 환대를 받는다. 주차장 초입은 물론 중간쯤에도 예쁜 제복을 갖춰 입은 여자 직원이 서서 환히 웃으면서 두 손을 들어 올려 마치 꽃가루가 떨어지듯 반짝반짝 두 손을 흔들며 맞아준다. 물론 기계적인 동작이어서 어떤 감흥도 느낄 수가 없지만 말이다.

 

언젠가 지방행사에 초대되어온 강사가 교회부흥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안내의 중요성을 말한 적이 있다. 교회도 백화점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젊고 예쁜 교인들을 골라 예쁜 옷을 입고 예배당 입구에 서서 반짝반짝 두 손을 윤기 있게 흔들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해보라 하더니, 그 보라고, 나이 많은 이들은 동작이 느려 터져 그러고 있는 동안 들어오던 교인도 딴 데로 가고 만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어느 날 주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주님의 집 문에 서서 주님께 경배하러 들어오는 자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외치라 하신다. 예배하러 성전 문으로 들어오는 이들에게 무엇을 외치라 하시는 걸까? 예쁜 옷차림으로 서서 화사하게 웃으며 두 손을 생동감 있게 흔들며 교우들을 맞이해야 교회가 부흥한다고 강사는 말했는데, 과연 주님은 주님의 집을 찾는 이들에게 무엇을 외치라 하셨을까 궁금해진다.

 

주님은 거짓된 말, 터무니없는 빈말에 속지 말라 하신다. 주님을 경배하기 위해 주님의 집을 찾아온 사람들, 분명 그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주님의 집으로 들어서고 있을 터인데 그들을 향해 외치라 하신 말씀이 거짓말에 속지 말라는 것, 도대체 백성들은 어떤 말에 속고 있었던 것일까?

 

주님이 지적하는 거짓말은 “이곳은 하나님의 성전이다, 하나님의 성전이다, 하나님의 성전이다” 하는 말이다.

 

‘이것이 주님의 성전이다, 주님의 성전이다, 주님의 성전이다’ 하고 속이는 말을, 너희는 의지하지 말아라. <새번역>

 

이것은 야훼의 성전이다, 야훼의 성전이다, 야훼의 성전이다, 한다마는 그런 빈말을 믿어 안심하지 말고. <공동번역 개정판>

 

‘이는 주님의 성전, 주님의 성전, 주님의 성전이다!’ 하는 거짓된 말을 믿지 말라. <성경>

 

“이곳은 하나님의 성전이다, 하나님의 성전이다, 하나님의 성전이다!” 이 말은 거짓이며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메시지>

 

“이곳은 하나님의 성전이다”라는 말을 주님은 거짓말이라 하신다. 속이는 말, 빈말, 거짓된 말, 터무니없는 소리라 하신다. 그러니 그 말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이곳은 하나님의 성전이다”라는 말은 세 번씩이나 반복된다.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것은 마치 그 말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어서 주님의 집 어디에서도 흔하게 들을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주님의 집으로 들어서는 이들에게 잘 오셨다고, 바로 이곳이 주님의 성전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할 문 앞에서 어찌 그런 말을 선포하라는 것일까? 그리고 지당해 보이는 그 말이 어찌 거짓말이란 말인가? 지금도 교회에선 여전히 그 말을 다양한 방법으로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주님의 집에 들어서는 것이 곧 성전에 들어서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의 길과 행위를 참으로 바르게 하라. 이웃들 사이에 공의를 행하라.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지 말라. 무죄한 자의 피를 흘리지 말라. 다른 신들을 좇지 말라.”

 

주님의 뜻은 자명하다. 주님의 집에 들어서는 것이 곧 성전에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건물이 웅장하고, 아무리 환대가 따뜻하고, 아무리 찬양이 뜨거워도 예배당에 들어서는 것이 곧 성전에 들어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모두 거짓에 속는 것이다.

 

주님은 지금 주님을 경배하러 오는 이들에게 삶이 예배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예배만 드리면 어떻게 살든지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살지 않으면 예배가 아무 소용이 없다 하신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바른 길을 걷고 바른 삶을 살기만 하면 얼마든지 주님은 주님의 백성들을 주님의 집에서 살게 하시겠다는 것이다. 그런 삶을 사는 곳이 곧 성전이라는 의미로도 다가온다.

 

잘못된 삶을 예배로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디 예레미야 시대뿐일까?

 

돌아오는 주일, 예배당 문 앞에 서서 예배하러 들어서는 이들을 향하여 예레미야가 외쳤던 말을 그대로 외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르겠다.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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