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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사라진 우물, 사라진 샘에 대한 이 큰 아쉬움이라니!

by 한종호 2021. 11. 11.



어릴 적, 동네엔 우물이 있었다.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리는, 깊이가 제법 깊은 우물이었다.


우리는 우물 속에 얼굴을 비춰보기도 했고, ‘와!’ 소리를 질러 메아리로 돌아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두레박에 물을 채운 뒤 누가 손을 적게 쓰고 물을 끌어올리나 시합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들은 쌀이며 나물을 가져 나와 씻었고, 간단한 빨래도 했다. 


우물은 좋은 냉장고도 되어 오이나 토마토를 우물 속에 집어넣기도 했다. 그런 뒤 꺼내 먹으면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둥둥 떠 있는 오이와 토마토를 두레박에 담는 데는 나름대로의 기술이 필요했다. 


한여름에는 윗옷을 벗고 등물하기도 좋았다. 이따금씩은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우물물을 푸기도 했다. 


커다란 통에 줄을 매달아 물을 푸고, 거의 바닥이 들어날 쯤이면 한 사람이 통을 잡고 밑바닥으로 내려갔다. 그때 온 동네 사람들은 줄을 잡아 당겨 천천히 내려가도록 해야 했다. 우물 바닥에는 잘못 빠뜨린 숟가락과 그릇 등이 제법 있었고, 그걸 모두 건져내고서야 들어갔던 사람이 나왔다.


그러고 나서 하룻밤만 자면 또 물이 괴어오르곤 했다. 

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곳, 어머니들의 일상과 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었던 곳, 함께 같은 물을 마신다는 친숙하고도 강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던 곳. 우물은 마을의 중심이었다. 샘을 찾아 마른 목 축이는 산짐승처럼 마을 우물은 마을사람들을 메마르지 않도록 지켜 주었다. 


지금은 사라진 마을의 우물, 우물과 함께 사라진 만남과 이야기와 정겨움. 다시 한 번 우물 속 얼굴을 비출 순 없는 건지, ‘와!’ 소리 질러 되돌아오는 그 소리를 들을 순 없는 것인지.


사라진 우물, 사라진 샘에 대한 이 큰 아쉬움이라니!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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