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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야, 야, 얘들 나와라! 여자는 필요 없고 남자 나와라!”

by 한종호 2021. 11. 14.



“야, 야, 얘들 나와라! 여자는 필요 없고 남자 나와라!”


거의 매일 저녁 아이들 부르는 소리가 동네를 몇 바퀴씩 돌았다. 그 일은 언제나 숙제를 먼저 마친 아이들 몫이었다. 그 소리가 울려 퍼지면 기다렸다는 듯 아이들이 달려 나왔다. 제법 마당이 넓은 나무로 된 전봇대 아래, 우리가 늘 모이는 곳은 이내 아이들로 북적댔다.


그렇게 모인 우리는 만세잡기, 술래잡기, 다방구 등 신나는 놀이를 했다. 매일 해도 정말로 신이 나는 놀이들이었다. 그 놀이는 어둠이 한참 깔려서야 끝이 나곤 했다.


상호야, 웅근아, 호진아, 병세야, 저녁 먹으라 불러대는 엄마들 목소리가 또 한 차례 동네를 울리고 나서야 아쉽게 놀이가 끝나곤 했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는 그 소리들이 남아있다. 매일 저녁 동네를 돌며 애들 나오라 부르는 소리, 땅거미 속 밥 먹으라 불러대던 엄마들의 소리. 때론 얼마나 그리운 소리들인지. 
그렇다. 고향이란 그곳이다. 


언제라도 날 부르는 친구들의 소리가 있는 곳. 
밥 먹으라 불러대는 엄마들의 소리가 있는 곳. 
그 곳!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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