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 세 개

네 살 때부터 다섯 살까지 
엄마 손에 붙들려
어린이집 대신 
다도원에 다닌 딸아이

엄마는 개량 한복 입고 
고무신 신고 앵통 들고
차 수업 받으러 가는 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

밀집 모자 쓰고 
호미랑 삽이랑
딸아이랑 
차밭에서 살며 놀며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신기한 잡초도 신나게 뽑고
어린 찻잎도 신명나게 따느라
찻잎 삼매경에 빠져 살던 엄마

첫날 다실에 보물처럼 가득 쌓인 
예쁜 다구들과 노리개들을 보면서
호기심 대장 개구쟁이 딸아이에게
딱 한 마디 했지요

"여기 있는 건 하나도 만지면 안된다"
2년 동안 단 한 번도 손대지 않은 기적이 
딸아이한테서 일어난 건 
신기하고도 고마운 일

그러던 어느날
평소에 다식꽂이로 
한 번 쓰고 버리던 이쑤시개
노랑 분홍 파랑 리본이 달린 예쁜 이쑤시개

어느날 우리집에서
색색깔 이쑤시개 세 개를 본 엄마
다음날 딸아이의 손을 잡고서
원장선생님을 찾아갔지요

몰래 가지고 가서 
죄송하다며 사과를 드리고서
이쑤시개 세 개를 되돌려 주고 온 
엄마와 딸아이의 이야기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옛속담이 
어둔 세상 별자리가 되어서
엄마와 딸아이가 걸어가는 길을
언제나 반짝반짝 비춰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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