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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309

먼 별 신동숙의 글밭(26)/시밥 한 그릇 먼 별 눈을 감으면 어둡고 멀리 있습니다 아스라히 멀고 멀어서 없는 듯 계십니다 내 마음에 한 점 별빛으로 오신 님 바람에 지워질세라 내 눈이 어두워 묻힐세라 눈 한 번 편히 감지 못하는 밤입니다 먼 별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그 별 아래 서성이며 머뭇거리기만 할 뿐 얼마나 더 아파야 닿을 수 있는지요 얼마나 더 깊어져야 그 마음에 들 수 있는지요 내 마음에 빛으로 오신 예수여 가까이 보라시는 듯 제 발아래 두신 작은 풀꽃들 하지만 마음이 가난한 저에겐 작은 풀꽃 또한 그리운 먼 별입니다 2019. 12. 8.
풀씨 한 알 신동숙의 글밭(23)/시밥 한 그릇 풀씨 한 알 발길에 폴폴 날리우는 작고 여린 풀씨 한 알 풀섶에 이는 잔바람에도 홀로 좋아서 춤을 추는 하늘 더불어 춤을 추는 작고 여린 풀씨 한 알 낮고 낮은 곳으로 내려갈 줄만 알아 그 어디든 발길 닿는 곳 제 살아갈 한 평생 집인 줄을 알아 작고 둥근 머리를 누이며 평온히 눈을 감는다 땅 속으로 사색의 뿌리를 내리며 보이지 않는 들리지 않는 작은 생명들의 소리 들으려 가만히 귀를 대고 가난한 마음이 더듬으며 사람들 무심히 오가는 발길 아래로 고요히 기도의 뿌리를 내린다 발아래 피어날 푸르른 풀잎 그 맑고 푸르른 노랫 소리 들으려 겨울밤 홀로 깊어지는 풀씨 한 알 (2019.1.9. 詩作) 2019. 12. 5.
물길 신동숙의 글밭(20)/시밥 한 그릇 물길 내게 햇살의 은혜만을 구하지 않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마음 사막이 되지 아니 하도록 흐르게 하소서 밤이슬 더불어 눈물 흐르게 하소서 새벽이슬 더불어 눈물 흐르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안에 기도의 샘물이 물길을 내어 작고 여린 생명가로 흘러들 수 있도록 흐르게 하소서 눈물웃음꽃 피우게 하소서 햇살웃음꽃 피우게 하소서 2019. 12. 2.
성전(聖殿) 신동숙의 글밭(18)/시밥 한 그릇 성전(聖殿) 내딛는 걸음마다 나를 열어가는 안으로 깊이 오르는 계단마다 나를 내려놓는 발아래로 쉼 쉬는 순간마다 나를 비우는 텅 빈 하나님, 한 알의 빛으로 내 마음에 고요히 임하소서 꽃잎에 앉은 물방울 속 한 알의 빛 2019. 12. 1.
사랑 나무 신동숙의 글밭(16)/시노래 한 잔 사랑 나무 없는 듯 계시는 당신이 주신 말씀 한 알 내 가난한 마음밭에 심기로 하였습니다 십자가 사랑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내 가슴이 아프도록 뿌리를 내립니다 밤이면 이불을 그러안고서 내 몸은 둥그런 우물이 됩니다 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은 내 무딘 손끝에서도 꽃이 필 테지요 가슴엔 사랑이 알알이 열릴 테지요 사랑이 달게 열릴 테지요 2018.10.24. 詩作 2019. 11. 30.
나의 노래가 한 알의 씨앗이라면 신동숙의 글밭(15) 나의 노래가 한 알의 씨앗이라면 나의 노래가 한알의 씨앗이라면 낮고 낮은 땅 위에 떨어지게 하소서 나의 기도가 한알의 씨앗이라면 어둡고 가난한 집에 떨어지게 하소서 바람이 불면 바람을 느끼고 비가 내리면 온몸이 잠기더래도 내려주신 은혜에 떨며 살아있게 하소서 꽃을 피우지 못해도 꽃을 사랑하게 하소서 열매 맺지 못해도 열매의 꿈 꾸게 하소서 온몸이 뿌리째 흔들려도 기도의 끈 놓지 않게 하소서 이 모든 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인 줄 알게 하소서 2018.9.15. 詩作 2019. 11. 29.
봉황새 한 마리 신동숙의 글밭(13) 봉황새 한 마리 훌훌 팬티만 입고 칭칭 이불을 감고 빼꼼 얼굴만 내놓은 홀로 쇼파를 점령한 까르르 웃음꽃 터트리며 티비를 보는 모습은 힘겨운 하루를 보낸 후 비로소 둥지에 틀어 앉은 봉황새 한 마리 책 읽으란 소리에 숙제는 했느냐는 소리에 꿈쩍도 안하던 고귀한 몸이 저녁밥 먹으란 소리에 새벽답 참새처럼 훌쩍 날아옵니다 2019. 11. 28.
사랑의 발걸음 신동숙의 글밭(12) 사랑의 발걸음 배고픔보다 더 커다란 허기를 하늘은 언제나 든든히 채워 주었죠 하늘의 눈길 향하는 곳으로 나도 따라 바라봅니다 빗물이 눈물 되어 고이는 곳으로 햇살이 따스하게 감싸 안는 곳으로 참사랑은 내려가는 길이란 걸 낮아진 발걸음이라는 걸 아름다운 사랑의 발걸음 사랑의 발걸음 부유한 마음 교만이 고개 들면 하늘은 언제나 더 낮아지라 하시죠 비운 마음까지 내려놓으라고 가만히 내게 속삭이시죠 작고 여린 꽃에겐 고운 별빛으로 더운 가슴에는 시원한 바람 노래로 햇살이 손 내밀면 나 언제든 사뿐히 오를 수 있도록 아름다운 사랑의 발걸음 사랑의 발걸음 2019. 11. 27.
그리움이 일거든 신동숙의 글밭(10) 그리움이 일거든 그리움이 일거든 바람따라 떠나가지 마오 제 자리에 머물게 하여주오 한 그루 나무가 되게 하여주오 앙상한 가슴에 새순이 돋아나 잎새마다 그리움으로 살을 찌우는 낮동안 푸른 하늘빛 그리움이 무르익어서 저녁 노을빛이 되었습니다 그리움이 일거든 구름따라 떠나가지 마오 뿌리를 내리게 하여주오 한그루 나무가 되게 하여주오 메마른 가슴에 단비가 내린 후 뜨거운 태양빛에 영글어 가는 까만밤 하얀 별빛 그리움이 무르익어서 새벽 아침해가 떠오릅니다 2019.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