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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의 '종횡서해'25

히틀러는 어떻게 국민을 홀렸나? 꽃자리의 종횡서해(16) 히틀러는 어떻게 국민을 홀렸나? - 다카다 히로유키의 《히틀러 연설의 진실》 - ‘히틀러의 연설’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세워 공중에서 자잘하게 흔들면서 뭔가 위협적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는, 약간은 우스꽝스러워 보이면서도 히스테릭한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독일 국민을 홀린 히틀러 연설의 진실은 따로 있다. 일본의 독문학자인 다카다 히로유키는 1919년 10월 뮌헨의 맥주홀에서 했던 첫 연설부터 1945년 1월 총통 지하 방공호에서 녹음한 최후의 라디오 연설까지, 25년에 걸쳐 쏟아낸 히틀러의 연설문들을 컴퓨터로 계량분석하여 ‘히틀러 연설 150만 단어’ 데이터를 완성했다. 《히틀러 연설의 진실》은 그 데이터를 토대로 히틀러 연설을 언어적.. 2015. 10. 23.
이 사랑 노래, 질펀하도다 이 사랑 노래, 질펀하도다 아주 가끔 성서를 들출 때가 있다. 물론 종교적 열심이 아닌 텍스트에 대한 관심 때문이지만, 어쨌든 성서를 읽으며 나름의 마음공부를 한다. 그런데 성서는 꽤 야한 구석이 있다. 아담과 하와의 삶이 그렇고, 솔로몬 왕이 사랑한 아리따운 여인 이야기도 제법 농밀하다. 그런가 하면 그 옛날 시간에 봤던 삼손과 데릴라의 사랑 아닌 사랑도 은밀한 이야기 천지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성서는 에로티시즘으로 가득한 책이다. 《성서의 에로티시즘》은 ‘성서에 잠입한 에로스의 그림자’를 추적하는 책이다. 물론 에로스 혹은 에로티시즘이라는 말은 기독교에서 대놓고 말하기 뭣한 주제다. 지은이의 말에 따르면 에로스는 ‘수상한 부담 덩어리’이고, 에로티시즘은 ‘신앙과 경건의 이름으로 자랑스레 내세우기 .. 2015. 9. 16.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에로스의 묵은 정념을 일깨우는 일상적 에로티시즘이야말로 숨 막히는 현대문명의 두터운 금기를 성찰하고 그것을 과감히 위반하는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생명의 숨구멍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비평의 풀무질이다.”(7-8쪽) “이 책이 성서의 해석에서 인간의 아름다움이란 관점, 하나 됨을 갈망하는 인간의 꿈이라는 관점, 요컨대 생태적인 창조론의 관점을 좀더 강렬하게 부각시키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9쪽) 1. 어깨 품이 넓은 비단옷을 입은 한 청년이 무릎을 꿇은 채 두 팔로 땅을 짚고 있다. 소맷자락을 걷어 올려 드러난 그의 팔은 미끈하고 든든하다. 살짝 드러난 초록색 바지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눈은 황홀경에 빠진 듯 반쯤 감겨 있고, 입술이 조금 벌어져 있다. 그는 연못에 비친 자기.. 2015. 9. 16.
성서의 ‘에로티시즘’이 피어난 꽃자리 성서의 ‘에로티시즘’이 피어난 꽃자리 1. 하나가 되고자 하는 욕망, 그 욕망이 몸과 맘의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아갈 때 그곳에 생명력과 기쁨이 있다. 강렬하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생명력과 기쁨, 누구에게나 간절하다. 그래서 그 욕망과, 욕망이 추동하는 몸과 맘은 경계를 넘어선다. 어떤 때 경계선은 허용되는 금이다. “우리 집에 왜 왔니?”라고 물으면 “꽃 찾으러 왔단다”로 답하며 오고가는 아이들 놀이의 금은 즐겁게 오가는 경계다. ‘위반자’를 환영하는 금이다. 즐겁고 유쾌하며, 그 사이 은근한 짜릿함도 있다. 그러나 금기의 국경도 있다. 개인이, 사회가, 나라가, 역사가, 아니 영원이 거룩함의 이름으로 불침(不侵)의 경고 푯말을 붙여 놓은 터부의 경계. 금기의 경계 저 편에는, 엄중 경고의 푯말을 .. 2015. 9. 15.
신앙생활이 성서의 ‘세속’과 만날 때 의 종횡서해 신앙생활이 성서의 ‘세속’과 만날 때 -《성서의 에로티시즘》의 저자 차정식 교수 인터뷰- 편집자 주/ 이 기사는 도서출판 의 김성민 대표께서 SFC 편집장 시절 인터뷰하여 에 실은 내용입니다. ‘성서의 에로티시즘’이라는 주제를 차정식 교수만큼 적절하게 풀어낼 사람은 드물다. 그의 문장들은 깊이 있는 신학적 해석에 텍스트를 바라보는 에로틱한 상상력이 함께 공명한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날카로운 분석은 혀를 차며 감탄할 정도고, 끊임없이 쏟아 내는 화려한 수사학은 짧은 비명이 튀어나올 정도로 경이롭다. 냉랭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이렇게도 한 문장에 함께 들어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에로티시즘에 대한 선입견을 관능적 육체의 미학으로 바뀌어내는 일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런 주제는 기독.. 2015. 9. 15.
진정한 고독의 문지방 꽃자리의 종횡서해(11) 진정한 고독의 문지방 -《토머스 머튼의 영적 일기》- “우리에게 고독은 원죄로 분열된 사람들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욕정과 죽음으로 꾸며낸 존재의 인위적․가식적 단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한다.”(408쪽) “내 자녀 요나여, 나를 본 적이 있는가? 자비, 깊고 깊은 자비, 나는 우주를 끝없이 용서해 왔다. 나는 죄를 모르기 때문이다.”(546쪽) 역시귀본逆時歸本의 실천 큰물에 떠 밀려 오는 부유물처럼 일상이 추레하고 번잡할 때 사람은 누구나 고요함을 희구한다. 침묵의 무게가 부족할 때 영혼은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치곤 한다. 이드거니 앉아 삶을 관상하기에는 현대인의 삶은 너무 분주하다. 달리고 또 달리느라 숨은 턱에 차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는 눈길조차 줄 수 없다. 벚꽃.. 2015. 6. 11.
구로사와 아키라의 인간 탐구 꽃자리의 종횡서해(10) 구로사와 아키라의 인간 탐구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1910-1998)는 으로 1951년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 제 24회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수상해 일본 영화를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한 20세기 일본 영화계 최고의 거장이다. 어린 시절부터 세계적인 감독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비슷한 것》은 한마디로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구로사와를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만드는데 기여한 가족, 친구, 그리고 스승에 관한 이야기다. 4남 4녀의 막내로 태어난 구로사와는 어린 시절 네 살 위의 형 헤이고(소학교 1, 2학년 무.. 2015. 5. 7.
트루에 오르겔과 함께하는 “요한복음 산책” 트루에 오르겔과 함께하는 “요한복음 산책” 바람 속에 담긴 풀 냄새, 빗방울이 머금은 들판의 소식, 나무줄기 가운데 흐르고 있는 아주 작고 작은 시냇물 소리, 그리고 흙을 뚫고 세상을 향해 춤을 추고 있는 꽃씨들의 귀여운 몸짓이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꽃은 갑자기 피어나고 문득 돌아보니 풀은 들판에 자라나 거기 그렇게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나무는 어느새 푸른 잎사귀로 치장을 마친 듯이 보여집니다. 시인 신동엽은 어느 날 창가에서 밖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창가에 서면 앞집 담 너머로 버들잎 푸르다 뉘집 굴뚝에선가 저녁 짓는 연기 퍼져 오고 이슬비는 도시 위 절름거리고 있다 석간을 돌리는 소년은 지금쯤 어느 골목을 서둘고 있을까? 바람에 잘못 쫓긴 이슬방울 하나가 내 코 잔등.. 2015. 3. 31.
깊은 영성의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맑은 물 꽃자리의 종횡서해(8) 깊은 영성의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맑은 물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 서평 - 1. 대학을 마치고 감신대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동갑내기 동향인 김기석 목사를 만났다. 그의 큰 눈은 지금처럼 깊이 파였고 형형한 빛을 발산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군목의 소임을 위해 입대했기에 깊은 교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그의 인상은 강력하여 소식이 끊긴 다음에도 그의 행적이 종종 궁금했다. 당시에 그는 남미로 유학을 가서 해방신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강골의 기질이 느껴졌기에 “그답다”는 생각을 했는데, 십 수 년이 지난 후에 그는 문학비평가가 되어 글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남미대신 자신의 서재를 택했고, 민중신학 대신 문학.. 2015.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