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48

산사(山寺)의 풍경소리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2) 산사(山寺)의 풍경소리 이라는 제목으로 김기덕 감독이 만든 영화는 산사(山寺)에 맡겨진 한 동자승의 성장기와 자연의 흐름이 서로 겹쳐 있는 묘미를 보여줍니다. 아직 그 어린 아이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커가게 될 지모를 인생의 계절에서부터 시작해서, 많은 상처와 고달픔을 끌어안고 돌아온 사나이의 현실을 통해 영화는 인간이 살아가는 희로애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이 작품이 세인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영화의 흥미로운 전개도 전개려니와 연못 한 가운데 서 있는 아름다운 정자 같은 사찰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 환경의 아름다움 도 크게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풍경과 함께 인간사의 온갖 우여곡절을 담아내려 한 감독의 기량은 그래서 세계적인 주목도 아울러 받았습니다. “.. 2015. 7. 14.
비만의 도시가 허기진 까닭은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1) 비만의 도시가 허기진 까닭은 날이 갈수록 비만해져만 가는 도시를 남모르게 허기지도록 하는 것은, 결국 산과 나무와 강, 그리고 하늘의 별에서 그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외로움일 수 있습니다. 그 고독은 무서운 속도로 시간을 삼키는 분주한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어느새 시(詩)를 잃어버린 시인의 영혼이자, 생계를 위해 화구(畵具)를 팔아버린 화가의 눈매를 닮아 있습니다. 때로 무엇으로도 좀체 갈증을 식힐 수 없는 여름의 난폭한 야만의 밤은 길들일 수 없는 맹수처럼 우리의 휴식을 소리 없이 습격하고, 동창(東窓)이 밝아오는 새벽녘에야 줄어드는 그림자를 이끌고 비로소 물러서는 기척을 냅니다. 다시 찾아오겠다는 인사도 없이 황망하게 사라져가는 밤의 뒷모습은 처음의 무례함과는 달리,.. 2015. 7. 9.
“어부사시가”의 즐거움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0) “어부사시가”의 즐거움 윤선도의 “어부사시가”의 여름 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합니다. “궂은 비 멈추고 시냇물 맑아 온다 낚싯대를 둘러매니 깊고 깊은 흥겨움 금할 길이 없구나 안개가 자욱한 강은 누가 그려 냈는가 연잎에 밥 싸두고 반찬일랑은 장만하지 마라 대삿갓을 쓰고 있다, 도롱이를 가져왔느냐? 무심한 갈매기야, 내가 저를 쫓아가는가, 아니면 저가 나를 쫓아오는가? 물결이 흐리다고 그에 발을 씻은 듯 어떠하리 오강을 찾아가려하니 천년의 노여움이 슬프구나 두어라 초강으로 가자하니 고기 뱃속의 충혼으로 사라진 굴원의 넋을 낚을까 두렵구나” 주위의 풍경을 가만히 응시해보면 아무런 풍파도 없고 다만 비가 내린 후 해가 떠오를 뿐입니다. 하여 어부는 흥겨움에 몸을 들썩거리며 .. 2015. 7. 5.
“세상은 아름다운가, 추악한가?”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9) “세상은 아름다운가, 추악한가?” “세상은 아름다운가, 추악한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요? 불교는 “인생은 고해(苦海)다”라고 선언했고 기독교는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이라고 외칩니다. 인류에게 주어진 큰 가르침 가운데 두 흐름이 따지고 보면 모두 현실의 삶은 고되고 힘겨운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그 고단함이 곧 세상의 추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힘겨움이 또한 세상이 절망스러움을 단정 짓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아름다움과 추함은 인생사가 어려운가, 쉬운가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안에 들어차 있는 내용물이 어떠한가에 따라 미와 추는 결정되지 않을까 합니다. “세상이 왜 이리 추할까?”라는 .. 2015. 6. 25.
표절, 위태로운 타락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8) 표절, 위태로운 타락 신경숙 표절은 신경숙의 문학정신 실종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 사태는 1. 허와 실을 교묘히 뒤섞어 직조해서 진실을 은폐하는 현실에 둔감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 2. 역사와의 치열한 긴장을 피하고 아편이 되어가는 문학, 교육, 정치의 타락, 3. 탐미주의가 돈이 된다면 극우의 손도 몰래 잡는 지식인들의 감추어진 전향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문학의 소멸 앞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문학 비평가들의 가짜에 대한 전투개시는 단지 문학에만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새 권력이 되어버린 이름의 무게와 허위, 시장의 유혹, 정신적 투쟁의 궤멸 상태 등에 대한 새로운 전선 구축과 관련이 되어갈 것이며 그리 되어야 할 것입니다... 2015. 6. 18.
땡중 같은 자들이 하도 많아서…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7) 땡중 같은 자들이 하도 많아서… “당백전(當百箋)” 또는 줄여서 “당전(當箋)”은 대원군이 왕권의 강화를 상징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경복궁 중축의 재정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동전임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가치가 동전 하나 당, 백전에 맞먹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애초에는 대원군의 위세를 업고 꽤나 고가행세를 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많이 찍어내다 보니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되어 그 가치가 점차 바닥을 치게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처음에는 보통 서민들이야 당백전 또는 당전 구경조차 해보지 못했다가, 나중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가지게 된 돈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당전은 급기야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시시한 돈으로 취급되었고, 사람들의 입에서는 고품격 “당전”이 아니.. 2015. 6. 9.
커피 한잔의 향기와 나그네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6) 커피 한잔의 향기와 나그네 커피 한잔의 향기가 우울함을 거두어 줄 때가 있습니다. 그건 정갈한 동양화 같은 차를 마실 때와는 분명 또 다른 정서로 우리의 영혼을 적셔 줍니다. 이국(異國)의 풍경이 진한 갈색의 작은 물결 속에서 환영처럼 흔들립니다. 커피 한잔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커피를 마시는 이는 나그네가 될 준비를 하는 설레임을 경험합니다. 아프리카의 밀림에서 자라나던 수목(樹木)의 한 열매가, 이슬람의 낙타에 실려 사막을 건너 유럽의 어느 도시 카페에서 제 맛을 내기까지 커피 한잔에도 문명의 긴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남미 카리브 해 연안의 작은 나라들도 이 역사의 대열에 합류합니다. 평소에는 낯설었던 인도네시아의 섬들도 카페를 찾는 나그네의 상상 속에 거쳐.. 2015. 6. 3.
여름, 물의 신화 태양의 소설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5) 여름, 물의 신화 태양의 소설 짧은 봄이었습니다. 그만큼 아쉬움의 그림자는 깁니다. 5월은 그렇게 새로운 계절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퇴장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이 성큼 와버리는 기운에, 여전히 봄인 줄 알고 있던 꽃들도 혹시 놀라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여름은 아무래도 봄에 비해 때로 난폭할 때가 있습니다. 봄에 길들여진 마음으로는 난데없는 기습을 당하는 처지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도 그렇고 까맣게 하늘을 덮는 구름이 쏟아내는 장대비도 다소 우격다짐의 모양새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름은 우리를 밀폐된 곳에서부터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가장 개방적인 계절입니다. 닫혀 있던 문을 열지 않고서는 지낼 수 없는 시간을 겪게 합니다. 내성적.. 2015. 5. 22.
시대의 교사가 그리운…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4) 시대의 교사가 그리운…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와 같이 물으면 낡은 세대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대신 누가 인기가 있지? 하는 쪽이 더 분명한 대답이 나오는 현실입니다. 대중의 인기가 성공의 척도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인기가 있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만큼 대중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나쁠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인기란 대중의 취향이 변하는 것만큼 그 수명이 짧습니다. 인기에 연연하다가 정작 자신의 진정한 본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대중의 입맛에 맞춰 성형 수술해버린 결과입니다. 인기를 한 몸에 모으다가 그 인기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순간.. 2015.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