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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72

실컷 멀미를 하며 보건소장이 써준 소견서를 읽고 이리저리 부어오른 목을 살펴 본 의사는 너무 늦게 왔노라고 쉽게 말했다. 접수, 대기, 그토록 한참을 기다려 만났는데도 대답은 간단했다. 환자 먼저 나가 있으라고 한 후 나눈 이야기는 어두운 내용이었다. 방법은 수술뿐, 수술도 장담할 수는 없겠노라는 것이었다. 약으로서 치료나 병의 악화를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수술을 하면 얼마나 들까요? 의료보호카드가 있는데요.” “글쎄요 그걸 제가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진찰비가 20-30만원, 수술비는 50-60만원 정도 될 겁니다.” 머릿속에 얼핏 100만원의 숫자가 지난다. “중요한건 돈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을 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결정일 거요. 돈이야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소.” “실은 저희들에겐 돈도 문제가.. 2021. 7. 17.
춤 그리고 멈춤 하늘과 땅 사이 숨으로 피어나는 춤 비와 바람의 북장단이 울리면 가슴이 들썩인다 발뒤꿈치에서 움터 손끝으로 흘러 춤으로 피어나는 숨 춤은 멈춤에서 시작하여 멈춤으로 끝나는 숨 춤을 찰라로 쪼개면 멈춤의 이어짐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 신에게 올리는 가장 아름다운 춤은 화목 제물이 되는 스스로 온전한 춤은 온전한 사랑 안에 머물러 비로소 쉼을 얻는 멈춤 바깥에서 헤매이며 구하기보다는 멈추어 안으로 시선을 거두는 기도 한 점 숨으로 머무는 고요 침묵의 기도와 사랑의 숨쉼 꽃과 나무의 춤 그리고 멈춤의 평화 사람의 본래면목이 드러나는 순간의 숨 2021.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