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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12

사랑이 익기도 전에 신동숙의 글밭(209) 사랑이 익기도 전에 신의 첫사랑으로똘똘 뭉친 씨앗 한 알 그 씨앗 속 천지창조 이전의 암흑과 공허를 두드리는 빗소리 밤새 내린 빗물에 움푹 패인 가슴고인 눈물에 퉁퉁 불기도 전에 기도와 사색의 뿌리를 진리의 땅 속으로 깊이 내리기도 전에 푸릇한 새순이 고개 들어하늘을 우러르기도 전에 진실의 꽃대를 홀로 걸어가는 고독과 침묵의 좁은 길을 걸어 줄기 끝까지 닿기도 전에 노을빛의 그리움으로 무르익기도 전에 살갗을 태우는 여름의 뜨거움을가을날 황홀한 노을빛의 이별을가난한 마음을 노래하는 겨울을충분히 계절 속에 잠기기도 전에 사랑이 익기도 전에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씨앗들 2020. 8. 11.
쥑이는 것두 하나님이요 한희철의 얘기마을(51) 쥑이는 것두 하나님이요 “쥑이는 것두 하나님이요, 살리는 것두 하나님이니......” 지난여름 장마에 봄 작물을 모두 ‘절딴’ 당한 지 집사님은 그렇게 기도했었다. 대신 가을 농사만은 잘 되게 해 달라는, 반은 탄식이었고 반은 눈물인 기도였다. 그 넓은 강가 밭을 바다처럼 삼켜버린 가을 홍수가 무섭게 지나갔다. 밭인지 갯벌인지, 논인지 개울인지 홍수 지난 뒷자리는 구별이 안 됐다. 결국 수마는 지 집사님 기도 위로 지나갔다. 수원 아들네 다니러 가 길이 끊겨 아직 오지도 못한 지 집사님. 그를 만나면 무슨 말을 어떻게 건네야 하는 건지. - (1990) 2020.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