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사랑이 익기도 전에

by 한종호 2020. 8. 11.

신동숙의 글밭(209)


사랑이 익기도 전에




신의 첫사랑으로

똘똘 뭉친 씨앗 한 알


그 씨앗 속 천지창조 이전의 

암흑과 공허를 두드리는 빗소리


밤새 내린 빗물에 움푹 패인 가슴

고인 눈물에 퉁퉁 불기도 전에


기도와 사색의 뿌리를 

진리의 땅 속으로 깊이 내리기도 전에


푸릇한 새순이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기도 전에


진실의 꽃대를 홀로 걸어가는 

고독과 침묵의 좁은 길을 걸어 줄기 끝까지 닿기도 전에


노을빛의 그리움으로 무르익기도 전에


살갗을 태우는 여름의 뜨거움을

가을날 황홀한 노을빛의 이별을

가난한 마음을 노래하는 겨울을

충분히 계절 속에 잠기기도 전에


사랑이 익기도 전에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씨앗들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0) 2020.08.19
차 한 잔  (0) 2020.08.12
그 얼마나  (0) 2020.08.09
춥겠다  (0) 2020.08.06
물방울 하나  (0) 2020.08.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