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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

그들이 너에게 돌아올망정

by 한종호 2015. 12. 11.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36)

 

그들이 너에게 돌아올망정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네가 만일(萬一) 돌아오면 내가 너를 다시 이끌어서 내 앞에 세울 것이며 네가 만일(萬一) ()한 것에서 귀()한 것을 취()할 것 같으면 너는 내 입 같이 될 것이라 그들은 네게로 돌아오려니와 너는 그들에게로 돌아가지 말지니라(예레미야 15:19).

 

같은 자리에 있다고,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마음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겉으로야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하여도 마음도 같은 것은 아니다.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다 해도 생각은 얼마든지 다를 수가 있다.

 

예레미야는 주님께서 맡기신 일을 감당하다가 겪는 어려움을 불평과 원망으로 쏟아놓았다. 그치지 않는 고통과 낫지 않는 상처를 두고서 주님은 흐르다가도 마르고 마르다가도 흐르는 여름철의 시냇물처럼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분이 되었다고 했다. 주님은 그저 신기루와 같아서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오아시스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면 그랬을까, 예레미야의 심정을 헤아려보게 된다.

 

그런데 주님은 그런 예레미야에게 이렇게 대답을 하신다. ‘네가 돌아오면 내가 너를 다시 내 앞에 세울 것이다.’ 이 말은 히브리어로 네가 돌아오면 내가 너를 돌아오게 하리라는 뜻이다. 예레미야는 주님을 떠난 적이 없다. 오히려 주님 편에서 고난과 무시와 멸시를 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님은 네가 돌아오면 내가 너를 돌아오게 하리라하신다.

 

이 대목에서 아프게 돌아보게 되는 것이 있다. ‘예언자가 직무 수행의 과정에서 겪는 엄청난 어려움 때문에 야훼께 부르짖는 것은 어떤 점에서 야훼를 떠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박동현)는 것이다.

 

그것이 원망이든 불평이든 주님께 두었던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은, 그것이 기도든 하소연이든 부르짖음이든 주님께 거리를 두고 외치는 것은 주님을 떠나가는 것이다. 주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주님은 그 작은 틈을 두고서 돌아오라하신다. 아무리 같은 자리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하여도 주님은 마음을 바라보신다. 결국 주님이 원하시는 것은 당신의 사람이 당신과 아무런 틈이 생기지 않는 것 아닐까.

 

 

 

 

돌아오라 하신 주님께서 예레미야에게 한 가지 더 이르시는 것이 있다. ‘그들은 네게 돌아오려니와 너는 그들에게로 돌아가지 말라하신다.

 

너에게로 돌아와야 할 사람들은 그들이다. 네가 그들에게 돌아가서는 안 된다.” <새번역>

 

그들이 너에게 돌아올망정 네가 그들에게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성경>

 

그들에게 맞추느라 말을 바꾸지 말고, 너의 말이 그들을 바꾸게 하여라.” <메시지>

 

힘들고 어려우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외로워도 그렇다. 나의 최선이 원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때에도 마찬가지다. 다 소용없다며 그동안 애써 지켜오던 것들을 그만두고 싶어진다.

 

목회를 하다보면 적당히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성에 안 차도 맘에 안 들어도 남들 하는 것 얼추 따라하면서 대충 어울려 지내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다른 이들과 어색함 없이 지내는 길 아닐까, 관계를 무난하게 유지하는 것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중뿔나게 의로운 척 하면서 홀로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는 마음고생을 덜 하는 길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주님은 예레미야의 마음을 헤아리며 말씀하신다.

 

외톨이처럼 느껴진다고 약해지지 말라고, 그들에게로 돌아가지 말라고, 네가 네 자리를 끝까지 지켜 돌아온다면 그들이 네게 돌아오게 해야지 네가 그들에게로 돌아가면 안 된다고 하신다.

 

힘들고 어려워도 주님의 말씀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으면. ‘그럴듯한 한 마디는 말은 천 년 동안 나귀를 묶어두는 말뚝과 같다는데, 예레미야에게 하신 말씀이 오늘 이 시대 우리를 붙잡았으면. 아무리 힘들고 외로워도 결국 돌아와야 할 것은 세상, 타협하듯 세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었으면.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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