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학자, 목회자들의 육성이 담긴 설교집이다. 설교자, 신학자 하면 남성들을 떠올리기 쉬운 현실에서 여성 신학자, 여성 목회자의 설교를 직접 대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우선 여성 목회자나 신학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아직도 낯설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 풍토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도리어 그렇기 때문에 이책의 출간은 의미가 남다르다.
<새 시대, 새 설교>에 참여한 이들은 김호경 전 서울장신대 교수, 유연희 스크랜턴 여성리더십센터, 이은선 한국信연구소 소장, 이연승 보스톤대학교 세계기독교와 선교연구소 초빙연구원, 이현주 한신대 종교와 과학 센터 연구교수, 최은경 한신대학교 겸임교수, 최은영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무총장, 송진순 이화대학 강사, 이은경 감리교신학대학교 연구교수, 조은하/목원대학교 교수, 구미정 이은교회 목사, 김성희 느헤미야 연구원, 김순영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 강사, 강호숙 복음주의 교회연합회 공동대표, 김정숙 감리교신학대학 조직신학 교수, 박유미 안양대학교 구약학 겸임교수 등이다.
16명의 저자들은 다양한 배경과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세대 역시도 다양하다. 따라서 여성신학자, 여성 목회자라는 상 자체로 하나로 단순화시킬 수 없으며, 각자의 시선과 목소리가 다 다른 차원의 개별성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공통된 것은 남성위주의 신학과 설교가 주목하지 못한 현실, 담지 못한 목소리, 파격적 시선과 전망이다. 이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미래를 위해 어떤 움직임이 소중하게 여겨져야 하는지, 어떤 목소리를 우리가 귀하게 여겨야 하는지 일깨우는 대목이다.
이들 여성 신학자, 목회자가 읽는 성경, 바라보는 현실의 모습에 대한 평가 또한 다채로울 것이나, 그간 묵살되어오거나 배제대상이 된 목소리를 접하게 되는 것 자체가 가치를 갖게 되리라 본다.
이들 여성 신학자, 설교자들의 설교에 대해 일종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다섯 분의 신학자, 설교자, 문화비평가자 함께 한다. “성경을 읽는 새로운 시선/김기석”, “한국교회의 위기를 이겨낼 강단의 모델/김민웅”, “새 시대 새 설교/민영진”, “파니 멘델스존이란 여성 작곡가가 떠오른 건 왜일까? /지강유철”, “왜 여성에 대한 여성의 설교인가/차정식” 이렇게 다섯 꼭지가 그것이다.
사실 이런 방식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 신학자와 목회자들의 설교를 남성 신학자와 목회자, 문화비평가에게 맡긴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라고 하겠다. 젠더의 차이를 전제로 서로 소통하고 그 의미를 짚는 대화자로서의 한 주체로 받아들인다면 이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들 다섯 분은 여성 설교와 메시지에 대한 심사를 하거나 평가를 내리거나 하는 역할이 결코 아니다. 남성 위주의 신학계, 목회현장에서 이분들은 젠더 차원의 의식과 태도가 우선 남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어떤 편견이나 선입관과 같은 요소를 지니지 않는 분들이다. 그러기에 이런 소통과 대화가 의미있다. 여성들의 말하기를, 이를 남성들에 의존해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남성위주로 세워진 벽을 깨는 일을 하는 동역자, 동지라는 차원을 보아주면 좋겠다.
김기석/청파교회 원로목사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경험 세계를 벗어나 사유하기 어렵다.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텍스트를 읽어도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성경을 보는 방식이 같을 수 없다. 남성과 여성의 시선 또한 그러하다. 여성들의 시선으로 읽는 성경 이야기가 풍부해질수록 믿음의 지평이 확장되리라 확신한다.”라고 여성 신학자, 설교자들의 목소리가 갖는 가치를 주목했다.
신학자이자 오랜 목회자 생활을 해온 김민웅/전 경희대 교수는 “설교 한편 한편이 자신의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해주고 있다. 한국교회의 위기를 이겨낼 강단의 모델이다. 정직하고 담대하며 깊게 들어가기를 머뭇거리지 않는다. 기성의 틀에서 해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들 만나 모여서 설교 비평과 토론, 그리고 현실을 논하고 싶다. 이 시대의 희망이 태어나게 하는 이들이 도처에 있음이 참으로 귀하고 고맙다.”라고 기성질서를 파격하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고 말한다.
민영진/전 대한성서공회 총무는 “세 여성 설교자의 아홉 편의 설교를 정독하면서 큰 기쁨, 미처 몰랐던 것에 관한 큰 배움, 내가 너무나도 안이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큰 뉘우침, 여기에 더하여, 지금 한창 활동하고 있는 여성 설교자들이, 암담한 교회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려고 하는지, 이 시대에 회개와 구원과 성도의 실천적인 삶이 구체적으로 어떠해야 할 것인지를 깨우치기도 했다.”며 도리어 이들 여성들에게 배운다고 술회한다.
《장기려 평전》 저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지강유철/작가는 “ ‘근원으로’(Ad Fontes)가 종교개혁의 모토였던 것처럼 복음 증거에 가장 중요한 설교 준비도 ‘근원으로’ 되돌아갔던가? 예수, 바울, 베드로, 요한 사도가 설교를 어떻게 이해했고, 그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를 상상한다. 같은 이유에서 팬데믹과 묵시록적 기후 위기, 상식과 원칙이 매일 파괴되는 현실을 보며 세 분 여성 목회자의 설교 준비는 어디에 방점을 찍었을까? 궁금해진다.” 며 기대를 표한다.
차정식/한일장신대 교수는 “세 명의 여성 설교자가 한 설교를 일별하면서 드러나는 공통된 특징은 이 시대의 부조리에 대한 통렬한 진단이다. 그동안 여성들이 성경 안과 밖에서 흘린 희생의 피에 대한 발본적 성찰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왜곡된 구조를 방관한 남성 가부장주의자들의 대대적인 참회와 함께 설교 강단은 이제 쇄신되어야 한다.”고 직격한다.
결국, 모두가 목마른 시대에 새로운 비전이 실린 목소리를 여기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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