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잎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네

 



철대문으로 
드나들 적마다

박잎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네

미소를 머금은 입가에 
말이 없으시던

커다란 아버지 손처럼
순하게

내가 뭘 잘한 게 있나
무심코 묻기보다

몇 날 며칠을 두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여름 내내 혼자 있을 적에
아무리 땀이 흘러도 에어컨을 틀지 않은 일 하나

그거 말곤 별로 없는데 
그 때문인지 그 불볕 더위도 어느새 물러나

어제 처서를 지나며
이렇게 시원한 바람을 부쳐주신다

그래서 나도 화답으로
양어깨에 맨 보따리가 아무리 버거워도

박줄기처럼 대문 위로 팔을 뻗어서
순하디 순한 박잎과 손끝으로 악수를 나누었지

내 머리꼭지 위에서 
둥근 보름달이 내려다보며

순한 달무리로
가슴속까지 쓰다듬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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