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개통



작실까지 들어오는 버스가 드디어 개통됐다. 선거 때마다 들어온다 했다가 선거 끝나면 조용했던, 그때마다 길을 닦았던 온 마을사람들의 수고가 헛수고가 됐던 버스가 지난 6월10일 개통을 한 것이다.

이번에 한 번 더 속아보자 하며 개통식을 준비했던 작실 주민들에겐 정말 버스가 들어오고, 테이프를 끊고, 고사를 지내고 하는 것이 여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듯싶었다.

작실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 번,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신작로에서 윗작실까진 걸어서 30분 내지 40분 거리, 누구보다도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버스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몇몇 기관장들의 축사를 듣고, 박수를 치고, 떡과 돼지머리 차려놓고 고사를 지내고, 돌아가며 절을 하고, 버스에 술을 붓고, 푸짐히 차린 점심을 나눠먹는 모습을 보았다.

버스가 들어옴으로 마을에 퍼진 생기. 외진 구석까지 버스가 들어오고, 사람의 왕래가 잦아지고, 그럼으로 사람이 찾는 동네가 되었으면. 

점심을 먹고 행사를 위해 들어왔던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 문득 마음이 쓰리다. 오늘이 6월 10일, 남쪽 학생들이 북쪽 학생을 만나러 판문점에 간다는 날이다. 세월 따라 이곳 외진 마을 작실까지 버스가 들어오고 마을엔 생기가 가득한데, 잘린 조국의 허리엔 언제나 새로운 길이 뚫려 차가 오가며 사람이 서로 오고가 생기가 가득할까. 문득 그런 마음이 들어.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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