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제비



이속장님이 갖다 준 고추모종을 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집에 놀러 온 종순, 은옥이와 함께 교회 뒤에 있는 작은 밭으로 올랐다. 


전에 살던 반장님 댁이 담배모종을 위해 뒷산 한쪽을 깎아 만든 비닐하우스가 있던 자리이다. 언덕으로 오르는 곳에 S자 모양의 계단을 만들고선 그 밭에다 토마토, 빨간 호박, 참외, 도라지 등을 조금씩 심었다. 마른날이 계속되면 물도 주고 가끔씩 풀을 뽑기도 한다. 우리끼리 아기 이름을 따서 ‘소리농원’이란 이름을 붙였다. 

밭으로 오르는데 보니 제비 한 마리가 땅에 떨어져 죽어 있었다. 어디 잘못 벽에 부딪쳤지 싶다. 작은 몸뚱이, 저 작은 몸뚱이에서 그 힘찬 날개 짓이 나오다니.


언제 죽었는지 한쪽 날개를 집어 드니 등짝엔 벌써 개미들이 제법 꼬여있었다. 죽은 제비를 들자 종순이와 은옥이가 “엄마!” 하며 뒷걸음으로 도망을 친다. 삶의 여정이 짧았기에 아이들일수록 죽음에 익숙한 건 아닐까 싶었지만, 죽음이라는 의미보다는 그 모양이, 축 늘어진 날개의 흉한 모습이 그들에겐 무섭게 보였나 보다.

“이리와 봐”


양지 바른 언덕에 부삽으로 작은 구덩이를 팠다. 구덩이 안에 죽은 제비를 똑바로 눕혔다. 마음껏 날던 푸른 하늘을 바라보도록. 그리고는 조금씩 흙으로 덮는다.


“전도사님, 뭐하는 거예요?” 


쪼그려 앉으며 종순이가 묻는다.


“응, 제비가 죽었잖니. 제비가 하나님 나라로 갔으니까 우리가 묻어줘야지.”

아이들은 눈을 깜박 거릴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죽음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작은 나뭇가지 두 개를 철사 줄로 묶어 십자가를 만들었다. 방금 제비 묻은 곳에 작은 돌멩이로 두들겨 십자가를 세웠다.


“그건 뭐예요?”


종순이가 또 묻는다.


“십자가야. 그래야 여기 제비가 묻혔다는 걸 알지, 그래야 발로 밟지 않고 제비를 위해서 기도도 해주고.”


신기하고 생소할 뿐 아이들은 모른다. 죽은 제비를 왜 굳이 땅속에 묻는지. 죽은 그 자리에 왜 나무막대 십자가 꽂는지를. 

그러나 아이들아, 혹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너희 거친 삶에서 죽음의 기운을 느낄 때, 한없이 마음이 아래로만 꺼져들 때, 죽은 제비 땅에 묻고 십자가 세웠던 오늘 기억 떠올리며, 죽음가까이 십자가가 서 있는 것, 그게 얼마만한 위로인지 너희가 알았음 싶구나. 어렴풋한 기억으로라도.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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