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구조



사흘간 열린 지방등급사경회에 단강에선 광철 씨 혼자 참석을 했다. 많이는 아니더라도 해마다 서너 명씩은 참석을 했는데 올핸 광철 씨 뿐이었다. 

 

사진/김승범


이번에 4학년에 올라가는 김천복 할머니와 3학년이 되는 김영옥 속장님이 설을 쇠러 자식네 다니러 가서 내려오지 않았고. 지금순 집사님은 설을 쇠러온 아들이 아직 떠나지 않고 있었다. 


광고를 잘 들어두었던 광철 씨가 아침 일찍 교회로 내려왔다. 늘 그런 셈이지만 광철 씨의 차림새가 남루했다. 날이 찬데도 입은 옷이 허술했고 그나마 때가 잔뜩 오른 옷이었다. 지난번 서울에서 고마운 손길을 통해서 보내온 옷을 이런 날 입으면 얼마나 좋으랴만 어디 갈 때 입는다며 아껴둔 옷을 이번에도 입지를 않았다. 


광철 씨는 사흘 동안의 사경회를 빠지지 않고 참석을 했다. 고마운 일이었다. 사경회가 끝나는 날, 같이 들어오기 위해 광철 씨를 기다려 만났는데 손에 커다란 비닐 가방을 들고 있었다. 


올 땐 없던 가방인데 어떻게 된 걸까 싶어 물었더니, 같은 반에서 공부한 어떤 분이 전해준 것이라 했다. 이런 저런 옷들이 제법 담겨 있었다. 광철 씨를 눈여겨 본 어떤 교인이 허름한 옷차림의 광철 씨를 위해 옷을 챙겨 준 것이었다. 돌아오며 들으니 전해 받은 것은 옷만이 아니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그분은 집에 갈 때 차비라도 하라며 봉투를 함께 전했던 것이었다. 


아팠다. 고마움도 고마움이지만 무엇보다 아팠다. 이 일방적인 삶의 구조는 언제 어떻게 그칠 수 있는 것일지.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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