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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

“에돔에는 내 신을 던지리라”

by 한종호 2015. 3. 18.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10)

 

에돔에는 내 신을 던지리라

 

 

이것은 틀림없이 어떤 비유적인 뜻을 지니고 이는 표현인데, 그 뜻을 알아내기가 어려워 전통적인 번역들은 대부분 히브리어 글자의 뜻을 그대로 번역하였다. 우리말 <개역><개역개정>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이렇게 글자대로 정확하게 번역해 놓았는데도 우리말 독자들에게 이것이 아무런 뜻을 전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행하게도 때로는 엉뚱한 뜻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구절은 모압은 내 목욕통이라 에돔에는 내 신을 던지리라 불레셋아 나를 인하여 외치리라 하셨도다”(시편 60:8, 개역성서)라는 문맥 안에 들어 있다.

 

가능한 한 뜻을 옮겨보려고 애쓴 <공동번역>에는 같은 본문이 모압은 발을 대야로 삼고 에돔은 신 벗어 둘 신장으로 삼으리라. 블레셋을 쳐부수고 승전가를 부르리라고 되어 있다. <개역>에돔에는 내 신을 던지리라<공동번역>에돔은 신 벗어 둘 신장으로 삼으리라는 사뭇 그 뜻이 다르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권리나 의무를 물려주는 일과 관련하여 신을 벗는 관습이 있었다. 예를 들면, 여러 형제가 함께 살다가 그 중 하나가 아들 없이 죽으면 과부의 시동생이 그 형수를 아내로 맞아 아들을 낳아 죽은 형의 가문을 이러주어야 했다. 그런데 만일 그가 형수를 아내로 맞지 않으면 그 형수는 법원으로 가서 장로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했다. 그러면 장로들은 그 시동생을 불러다가 한 번 더 타일러보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형수는 장로들 보는 앞에서 그에게 다가 서서 그의 발에서 신을 벗기고, 얼굴에 침을 뱉으며, “제 형의 가문을 이어 주지 않는 자는 이 꼴이 될 것이다라고 욕을 해 주도록 되어 있었다(신명기 25:5-10). 룻기에도 어떤 사람이 친족행위 수해자로서의 권리나 의무를 포기할 때 신을 벗은 예가 나온다(룻기 4:7-8). 신명기나 룻기에 나오는 두 경우가 똑같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 벗는 것과 소유권 선언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에돔에다 신을 벗어 던지는 것은 에돔에 대한 소유권 선포다. 현대 불어, 독어, 영어 번역판들은 다음과 같은 번역을 반영한다.

 

나는 에돔에 신을 벗어 던졌다. 내게는 에돔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Francais Courant)

 

에돔에 대한 나의 소유권을 선포하려고 나는 에돔에 내 신을 벗어 던졌다.”(Die Gute Nachricht)

 

에돔을 내가 소유 했다는 표시로 에돔에 내 신을 던졌다.”(Good News Bible)

 

에돔에 내신을 던지리라는 말에서 우리는 에돔을 나의 소유로 삼으리라는 하느님의 소유권 선언을 듣는다.

 

민영진/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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