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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달과 별

by 한종호 2020. 4. 30.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1)


달과 별


토담집 인우재에서 보내는 밤은 특별하다. 사방이 고요한데, 어디선가 소쩍새가 울고 이름 모를 짐승의 소리도 들린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막 부엌에서 나오는 순간, 서쪽 하늘에 걸린 불빛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어둠이 번진 밤하늘에 누군가 작은 등을 밝힌 듯한데, 초승달과 별이었다. 



가만 서서 달과 별을 바라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큰딸 소리가 아주 어렸을 적이었다. 둘이서 서울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원주행 버스를 탔을 때는 땅거미가 깔리며 어둠이 내릴 때였다. 창가 쪽에 앉아 어둔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던 소리가 내게 물었다.


“아빠. 해는 환한데 있으니까 혼자 있어도 괜찮지만, 달은 캄캄한 데 혼자 있으면 무서울까봐 별이랑 같이 있는 거예요?”  


딸의 말을 듣고 창밖을 내다보니 먹물 같은 밤하늘에는 막 돋아났지 싶은 초승달과 바로 옆 환한 별 하나가 떠 있었다. 달과 별은 어찌 저리 가까이 밤하늘에 떠 있는 것일까, 어린 마음에 생각하니 무서울까 봐 서로 같이 있는 것이구나 싶었나보다. 


어둠 속 달과 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떠올린 어린 딸의 마음과 말이 예쁘고 귀여워 한껏 인정을 했다. 


“그래, 그렇겠구나. 네 말이 꼭 맞겠구나.” 


소리는 이내 졸음에 겨워 내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잠든 딸의 등을 토닥이며 마음으로 말했다. 


‘그래, 우리도 마찬가지겠다. 서로 외롭지 말라고 나란히 곁에서 함께 사는 것이구나!’ 


달과 별이 함께 뜨는 한, 오래 전 그 일은 사라지지 않고 내내 기억의 등불을 밝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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