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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어쩌면

by 한종호 2019. 10. 15.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9)

 

어쩌면

 

강원도 영월의 한적한 시골길, 차를 운전하며 가는데 저 앞에 길을 건너는 검은 물체가 보인다. 뭘까 싶었다. 검은 비닐봉지라 하기에는 길을 곧장 건너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차가 검은 물체와 가까워졌는데, 검은 고양이였다. 차가 온다고 서두르는 법도 없이 게으름을 떨듯 느긋하게 길을 건넌 것이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길을 건넌 고양이가 길가에서 운전하는 나를 바라보는데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온통 검은색 사이로 뭔가 서늘한 섬광이 전해졌다.


 

 

 


조금 더 차를 달렸을 때, 도로 한 가운데 놓여있는 물체가 있었다. 속도를 줄여 물체를 피하며 보니 죽은 고양이였다. 로드킬을 당했지 싶었다.

어쩌면 방금 전 도로 위를 천천히 건너간 고양이는 도로 위에서 죽은 고양이를 본 것인지도 모른다. 고양이의 죽음을 애도하느라 그리도 천천히 걸음을 옮긴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지금 차를 몰고 지나가는 저 이가 혹시 고양이를 죽게 만든 것은 아닌지 노려본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떨어지지 않는 듯 걸음을 옮겼던 걸음과, 노려보듯 바라보던 눈길이 이해가 되었다. 고양이의 걸음과 눈빛은 다른 고양이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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