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가 되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5)

  사라,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가 되다(2)

 

1. 어머니 사래. 사래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바로 어머니였을 것이다. 사래가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는 말이다. 사래는 어머니가 되기를 염원했다. 아니, 어머니가 되어야 했다. 그것도 많은 자식들의 어머니여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2. 창세기 1110-26절은 셈에서 데라의 세 아들에 이르는 계보인데, 여기서는 계보 특성상 낳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창세기 1127-32절은 데라의 족보이다. 족보는 부부들이 자식들을 출산함으로써 부모가 되는 과정을 나열하는 것이다. 그런데 본문 기자는 사래가 임신하지 못해서 자식이 없었다는 것을 애써 알려준다. 사래는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브람과 나홀이 장가 들었으니 아브람의 아내의 이름은 사래며 나홀의 아내의 이름은 밀가니 하란의 딸이요 하란은 밀가의 아버지이며 또 이스가의 아버지더라 사래는 임신하지 못하므로 자식이 없었더라”(창세기 11:29-30). 창세기 16장도 아브람의 아내 사래는 출산하지 못하였고로 시작한다. 사래가 아직 어머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3. 그렇다. 사래는 아직 어머니가 아니다. 그런데 사래가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아브람도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아브람은 하나님이 그를 찾아오셨을 때 이렇게 말한다. “아브람이 이르되 주 여호와여 무엇을 내게 주시려 하나이까? 나는 자식이 없사오니 나의 상속자는 이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이니이다”(창세기 15:2). 아브람은 자신이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는데, 그 이유를 하나님에게 돌린다. 하나님이 내게 씨를 주지 아니하셨으니아브람이 아버지가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브람은 입양방식을 통해서라도 아버지가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하나님께 아뢴다.

4. 그렇게 말하는 아브람에게 하나님이 강조해서 하시는 말씀은 아브람이 반드시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다.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상속자가 되리라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창세기 15:4-5). 그런데 하나님은 이미 예전에 아브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2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창세기 12:1-2).

5. 이것은 앞으로 아브람이 많은 자식들을 둘 것임을 하나님이 약속하시는 것인데, 17장에서 다시 약속하신다. “내가 너로 심히 번성하게 하리니 내가 네게서 민족들이 나게 하며 왕들이 네게로부터 나오리라”(6). 이런 점에서 아브람은 12장에서 이미 아브라함, 즉 히브리어 이름 그대로 여러 민족의 아버지임(창세기 17:5)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명령과 약속이 사래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6.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하신 약속을 사래에게도 하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래가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래에게 여러 민족의 어머니 사라가 될 것임을 약속하셨다. “하나님이 또 아브라함에게 이르시되 네 아내 사래는 이름을 사래라 하지 말고 사라라 하라 내가 그에게 복을 주어 그가 네게 아들을 낳아 주게 하며 내가 그에게 복을 주어 그를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되게 하리니 민족의 여러 왕이 그에게서 나리라”(창세기 17:15-16). 사래와 사라라는 히브리어에는 어머니라는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경기자가 뜻풀이를 그렇게 하는 것은 사래가 어머니여야 함을 그만큼 강조하는 것이다.

7. 그러나 사래는 자신이 결코 어머니가 되지 못할 것이다, 즉 자식을 낳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아브라함이 아버지가 되게 한다. 사래는 아브라함이 하갈과 결혼해서 이스마엘을 낳게 함으로써, 아브라함이 아버지가 되게 한다. 아브라함은 아버지가 되었지만, 사라는 아직 어머니가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사라가 어머니 될 것을 계속 약속하신다. “내 언약은 내가 내년 이 시기에 사라가 네게 낳을 이삭과 세우리라”(창세기 17:21). 하나님은 이렇게 굳게 약속을 하시는데도 불구하고 아브라함은 사라가 어머니 된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는다. 아브라함과 사라의 나이 때문에 이제는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8.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만나서 사라가 어머니 될 것을 다시 강력하게 말씀하신다. 그런데 사라는 그 이야기를 듣고 웃는다. 자식을 낳기에는 이미 늦은 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성경 기자는 아브라함과 사라는 나이가 많아 늙었고 사라에게는 여성의 생리가 끊어졌는지라고 말한 다음, 사라가 속으로 웃으면서 자신이 어머니가 될 가능성이 전무 하다는 통절한 마음을 웃음으로 표현한다. 사라는 내가 늙었거늘 어떻게 아들을 낳으리요?”라고 말했단다.

9. 예전에 아브람이 애굽에 내려갔을 때, 아브람이 사래를 누이 동생이라고 해서 사래가 바로의 여인들 가운데 한 명이 되었던 것처럼, 거의 동일한 상황에서 사라가 그랄 왕 아비멜렉의 여자가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때 하나님은 아비멜렉 집안의 태를 닫으셨다고 한다. “여호와께서 이왕에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의 일로 아베멜렉의 집의 모든 태를 닫으셨음이더라”(창세기 20:16). 사라를 괴롭게 하는 아비멜렉 가문에 임신을 불허하는 조치를 취하신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가 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10. 아무도, 심지어는 당사자들도 믿지 않을 때, 하나님은 약속하셨고 그것을 꼭 이뤄주셨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를 돌보셨고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에게 행하셨으므로 사라가 임신하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시기가 되어 노년의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낳으니사라가 이르되 하나님이 나를 웃게 하시니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 또 이르되 사라가 자식들을 젖먹이겠다고 누가 아브라함에게 말하였으리요마는 아브라함의 노경에 내가 아들을 낳았도다 하니라”(창세기 21:1-7). 하나님은 사래를 지키시고 돌보심으로써, 결국 사래로 하여금 어머니가 되게 하셨다. 이렇게 사래의 삶은 사라, 즉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었다.

 

이종록/한일장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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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가 되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4)

 

사라,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가 되다(1)

 

1. 사래라는 한 여인. 우리가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은 무엇인가? 아브람과 사래가 살던 시대는 매우 혼란스러웠던 모양이다. 그것은 아브람과 사래가 여러 차례 이주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아브람과 사래는 갈대아 우르에서 하란으로, 그리고 하란에서 가나안으로 이주했다. 가나안에서도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이동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애굽으로 내려갔다.

2. 아브람과 사래가 애굽으로 들어갈 때, 이들은 일종의 난민(難民)이었다. 그들은 애굽으로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애굽으로 가야 했다. 그들이 살던 가나안땅에 기근이 들었다. 그것도 매우 심한 기근이었다. 그 기근을 피해서, 생존하기 위해 아브람과 사래는 애굽으로 내려갔다. 그러니 아브람과 사래는 자연재해로 인해서 제 살던 곳을 떠나야만 했던 난민이었다.

3. 아브람과 사래만 기근으로 고통을 당했을 리는 없고, 또 그들만 기근을 피해서 애굽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나안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아브람과 사래처럼 기근으로 인해서 고통을 당했을 것이고, 또 아브람과 사래처럼 애굽으로 애굽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양식을 찾아서, 살 길을 찾아서 가나안을 떠나 애굽으로 가는 사람들. 가나안에서 애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행렬. 그들은 모두 난민들이었다.

4. 애굽으로 내려가는 도중에 아브람이 사래에게 말을 한다. 그들이 가려는 애굽은 마냥 희망천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배고파서 살길을 찾아 떠난 길인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아브람은 사래를 불러 세우고 심각하게 이야기를 한다. 애굽으로 내려가던 아브람은 사람들로부터 무슨 소문을 들은 모양이다. 애굽 땅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들은 듯하다. 그 소문은 아브람과 사래를 긴장시키는 것이었다. 불길한 소문을 들은 아브람은 애굽 사람들이 자신과 사래를 보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예상했을 것이다. 애굽 사람들이 아브람과 사래가 부부인 것을 알아채면, 아브람은 죽이고 사래는 살려둘 것이 분명하다. 소문에 의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

5. 그래서 아브람은 꾀를 생각해냈다. 앞뒤로 죽음이 막고 있는 야만적인 상황.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아브람은 사람들이 사래에게, 사람들이 물어보면, 아내가 아니고 아브람의 누이동생이라고 말하라고 알려준다. ‘원컨대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그러면 아브람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면, 사래는 전혀 목숨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목숨의 위협을 느끼는 것은 바로 아브람이다.

(출처: pcstratman (http://www.flickr.com/photos/32495192@N07)

 

6. 질긴 목숨 부지하기 위해, 아브람은 사래를 누이동생이라고 하면서 애굽으로 들어가려 한다. 누이동생이라고 하면, 사래를 빼앗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부녀도 탈취하는 판인데, 남편 없는 여자를 그냥 두겠는가? 그렇다면 아브람은 그들이 애굽으로 가면 서로 헤어질 것이 뻔하고 사래는 애굽 사람이 데려가서 제 여인으로 삼을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것을 이미 짐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브람과 사래는 애굽으로 내려간다.

7. 이것은 당시 상황이 그만큼 어려웠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로 헤어지는 한이 있어도 애굽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것만이 살 길이다. 당신과 내가 살 길은 이 길 밖에 없다.” 이렇게 맘먹고 애굽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니 애굽으로 내려가는 길은 부부 사이를 끊고 헤어짐을 전제하는 이별의 길이요 눈물의 길이다. 고통스러운 길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 얼마나 굴욕적인 상황인가. 이것이 바로 우리 믿음의 조상이라는 아브람과 사래가 겪는 일이다. 하나님이 가라고 한 그 땅에 들어와서 바로 겪는 일이다. 이때 아브람은 어떤 심경이었을까? 내가 이런 꼴을 보려고 갈대아 우르를 떠나고, 다시 하란을 떠나서 이 가나안으로 왔단 말인가? 가나안에 들어와서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기근으로 죽을 지경에 처하다니.

8.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래이다. 남편이 하는 말을 들은 사래는 어떤 심경이었을까? 남편을 따라 애굽에 와서, 남편을 남편이라 부르지 못하고 오빠라고 부르고, 그러다가 남편을 떠나서 바로에게 붙들려 가야 했던 사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본문을 읽으면서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사래가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래는 전적으로 침묵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궁금하다. 침묵하는 사래. 사래는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성경기자는 사래를 완전히 침묵케 함으로써, 본문을 읽는 우리들로 하여금 그 처절한 심경을 짐작해보게 한다. 선택권이 없는 사래. 그런 상황에서 침묵하는 사래. 아니, 사래를 침묵케 하는 성경기자. 침묵할수록 애절함이 더하는데.

9. 도대체 사래는 누구인가? 본문은 사래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다. 창세기 12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11절을 제외하고는 성경기자가 사래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경기자는 사래라고 하는 대신, 그 여인, 그 아내, 나의 누이, 나의 아내, 그 아내, 네 아내, 네 누이, 네 아내, 그 아내로 부른다. 본문기자가 사래를 사래로 표기하지 않고, 이렇게 여러 가지로 표기하는 것은 사래가 과연 누구인지, 누구 아내인지가 불분명한 상황, 즉 사래의 불분명한 정체성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사래는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없다. 그는 아브람과 바로와의 관계에 의해서 제 자신이 누구인지 알 뿐이다.

10. 이러한 정체성의 불분명함은 사래가 어떤 상황에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아니, 사래는 한마디도 할 수 없는 강압적인 상황에 처했던 것이 분명하다. 사래는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는다. 그저 상황에 따를 뿐이다. 그래서 사래는 아브람이 자기를 아내로 부르면, 그런 줄 알고, 누이라고 하면 또 그런 줄 알고 사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바로가 사래를 아내로 부르면, 그렇게 여기고, 바로가 사래를 아브람의 아내라고 하면 또 그렇게 여기면서 사는 것이다. 사래라는 한 여인.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세상을 이렇게 살았다.

 

이종록/한일장신대학교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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