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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의 '너른마당'78

가진 것이 너무 많아지면… 한종호의 너른마당(26) 가진 것이 너무 많아지면…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세상이 성자 프란체스코라고 부르는 사나이입니다. 제가 살았던 시대는 12세기 말과 13세기 초엽입니다. 지금으로부터 7백 년 전쯤이었지요. 저의 아버지는 부유한 상인이었고 그 덕에 부족한 것 없이 살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어느 날 하나님의 역사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새로운 세상이란 가난한 사람들 속에 숨 쉬고 있는 하나님 나라였습니다. 거리의 걸인들과 함께 구걸하면서 저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현실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순수한 영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깨우쳤던 것입니다. 그것은 거대한 땅 부자가 되고 있던 당대의 교회 지도자들의 .. 2015. 6. 24.
메르스! 모르쇠? 한종호의 너른마당(25) 메르스! 모르쇠? 메르스(MERS-CoV: 중동호흡기 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의 습격이 한국사회를 녹다운 시켰다. 방역체계가 뚫리고, 거대 유명 병원이 그 확산의 진원지가 되도록 정부는 모르쇠하다시피 하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되었다. 사망자와 환자들이 늘어나고 급기야는 임산부까지 확진명단에 들어가고 말았다. 농경사회에서 태어난 말인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미 세월호 참사를 통해 깨달을 대로 깨달았으리라고 여겼지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관료들은 우왕좌왕과 대응능력 빵점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필귀정이다. 관심이 딴 곳에 있었는데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순위일 리가 없었다. 결국 당하는 것은 힘없는 백성이고 그 뒤처리까.. 2015. 6. 14.
공멸의 사회를 만들려 하는가 한종호의 너른마당(24) 공멸의 사회를 만들려 하는가 한국사회가 난마처럼 얽히고 있다. 메르스는 그야말로 블랙홀이다. 수습책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한국사회를 이끌고 있는 정치권이나 지식인 사회, 특히 종교계조차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공동체에서 더 이상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는 확신이 퍼져 나갈 때, 그것이야말로 위기 가운데 위기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위기 수습에 딱 부러지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인 역량 파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사태들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럽다. 이 나라가 얼마나 비리와 부정으로 가득 찬 지를 드러낸 성완종 사태도 그렇고, 갈등이 첨예한 정치적 현안과 관련해서 사회적 조정력이 얼마나 부실한지는 세월호 참사, 끝없이 공권력으로 밀.. 2015. 6. 9.
언제 예수가 깨끗한 부자가 되라고 가르쳤나? 한종호의 너른마당(23) 언제 예수가 깨끗한 부자가 되라고 가르쳤나? 오늘날 교회의 강단은 보다 쉽고 보다 편하고 보다 재미있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 대중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심드렁해진다. 세상살이가 복잡하고 힘든 판국에 교회에까지 와서 복잡하고 심오하고 깊이 생각해야 하는 쪽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성공’과 ‘부’가 가미되면 금상첨화다. 그러기에, 교회는 ‘시장의 논리’를 추종하려는 경향을 보이기까지 한다. ‘시장의 논리’란 대중들의 요구에 맞추는 것이다. 보다 많은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말씀의 내용과 방식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교회 부흥의 원리가 되고 있고, 성도(聖徒)라고 표현되는 교회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2015. 6. 5.
‘그분의 정원’으로 통하는 문 한종호의 너른마당(22) ‘그분의 정원’으로 통하는 문 인간의 목숨은 언젠가 끝이 있습니다. 몸은 늙고 더는 기운이 없어 무너져 갑니다. 그 몸에 담아 둔 영혼은 그래서 몸에 더 이상은 머무를 수 없게 됩니다. 살아생전 몸이 태어나 자라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영혼도 함께 자라나고 변모하지만 몸에 끝이 오면 영혼은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그 이후 그 영혼이 계속 성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몸과 더불어 자란 만큼만 성장해서 그 영원한 운명을 살아가게 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예수께서 하신 말씀에 의지하자면, 그 다음에는 지금의 몸이 아닌 다른 몸을 입고 살아갈 테니 역시 영혼도 새로운 차원의 성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시간은 .. 2015. 5. 29.
차이는 존중해야 하고 차별은 거부해야 한다 한종호의 너른 마당(20) 차이는 존중해야 하고 차별은 거부해야 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본떠서 창조되었다.” 창세기에 나오는 인간 창조의 기준은 인류사회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인권선언이다. 모든 종교는 신과 인간 사이의 차이를 전제하고 이를 강조하는 교리를 가지고 있다. 기독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성서의 이러한 선언은, 신과 인간 사이의 본질적 차이만 부각시키는 여타의 종교적 주장과는 달리 인간의 존엄성이 신적 위상을 가지고 있음을 아울러 주목하고 있다. “하나님과 인간은 다르다. 그러나 인간의 본질에는 하나님의 형상, 그러니까 그 신적 이미지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인간을 모독하고 짓밟고 차별하는 것은 하나님을 모독하고 짓밟고 차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바로 이러한 이.. 2015. 5. 18.
우리 죄가 이리 큽니다 한종호의 너른 마당(20) 우리 죄가 이리 큽니다 하나님, 만물이 푸르른 계절이 왔습니다. 겨우내 숨죽여 지냈다고 여긴 생명이 알고 보니 지금의 순간을 준비하는 나름의 고투를 겪어 온 것을 새삼 알겠습니다. 그건 어딘가로 도피하거나 또는 기력이 쇠해져서 안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긴 인내와 간구 속에서 이루어진 사건임을 고백할 수 있습니다. 꽃들이 피고 개구리의 모습이 보이고, 새들이 지저귀는 산하가 아름답습니다. 나무들이 하늘을 수놓는 화단이 되고 사람들은 그걸 바라보며 즐거워합니다. 실로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이 이토록 절경입니다. 그건 애초에 에덴동산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깨닫게 해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리 저리 얼룩진 이 세상도 이렇듯 하나님께서 생명의 기쁨을 따로 마련해놓으셨는데.. 2015. 5. 13.
역사와 현실을 외면한 영성의 무기력함 한종호의 너른마당(18) 역사와 현실을 외면한 영성의 무기력함 모든 생명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시간과 더불어 명멸(明滅)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를 알고자 하는 것은 그 생명의 시간이 기록해놓은 의미를 되새겨보고 그 위에서 성장하고자 하는 갈망에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역사에 대한 되새김이 없는 존재는 그 생명의 성장을 바라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역사에 대한 앎을 억압하는 것은 생명을 억압하는 것과 같다. 진시왕이 분서갱유(焚書坑儒)를 통해서 역사를 짓밟으려 한 것은 생명을 멸시한 소행이었고,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그 자신의 역사적 생명을 단축시키고 말았다. 이는 무엇을 말함인가? 역사에 대한 통찰력과 안목을 기르지 못하는 인생과 공동체는 그 생명을 새롭게 발전시키는데 한계에.. 2015. 4. 22.
목사들의 참회록인가? 한종호의 너른마당(17) 목사들의 참회록인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해서 광화문의 풍경은 살벌했다. 경찰은 시민들을 완전히 봉쇄하고, 유가족들은 범법자들처럼 끌고 갔다. 인륜의 바닥을 보인 정권이다. 자식을 잃고 그 죽음의 진상이 밝혀지기를 요구하는 이들을 잡아가는 권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러는 걸까? 교회도 별로 다를 바 없다. 어느새 “세월호”는 입에 담기 쉽지 않은 부담스러운 용어가 되어버렸나 보다. 그 말을 하는 순간, 권력에 대한 비판, 정치적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다. 더 나가서는 지겹다고 하는 자들도 있으니, 이건 인간 이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글을 올린 김동호 목사의 페이스 북이 난리도 아니었다. 노란리본을 다네마네 가지고 자신의 생각.. 2015.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