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갈 거예유


“올라갈 거예유. 이것 다 때문 올라갈 거예유.”


허름한 광이며 부엌 빼곡했던 나무 단이 제법 허술해졌습니다. 연이은 매운 추위 수은주 내려가듯 키가 줄었습니다.


겨울이 언제 다 갈지 아직 모르는데 나무 모자라지나 않을까 할머니께 물었더니, 답을 준비해 놓은 듯 대답이 쉬웠습니다.


“올라 가다뇨?”
“나무 다 때문 서울 자식 네로 올라가든지, 산으로 올라가든지 할 거예유.”


유난히 춥고 유난히 눈 많은 이번 겨울, 홀로 살며 일일이 불 지펴 추위를 쫓아야 하는 할머니의 아픔과 외로움이, 자식 네든 산으로든 장작 떨어지면 어디든 올라 갈 거라는 할머니는 말씀에 아릿하게 배어 전해져왔습니다.

-<얘기마을> 1991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춘향  (0) 2021.10.29
돼지 값  (0) 2021.10.28
올라갈 거예유  (0) 2021.10.27
물러가라  (0) 2021.10.26
조롱하듯  (0) 2021.10.25
말씀을 읽다 가슴이 미어지는 건  (0) 2021.10.24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