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릿한 기도



“우린 부족한 게 많습니다. 성미도 즉고, 헌금도 즉고, 사람도 즉고, 성도도 즉고, 믿음도 즉습니다. 불쌍히 보시고 채워 주옵소서.”


지 집사님은 늘 그렇게 기도하신다.


“높고 높은 보좌에서 낮고 천한 저희들을”이라든지 “지금은 처음 시작이오니 마치는 시간까지 주님 홀로 영광 받으소서.”라든지 사람마다의 기도엔 습관처럼 반복되는 구절이 있는데, 지집사님의 경우엔 위와 같다.


말과 마음이 하나라면 언제나 집사님은 빈말로써가 아니라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모든 넉넉한 은혜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게 기도할 수 있을까.


그동안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집사님의 기도를 들을 때마다 순간적으로 지나는 아릿함을 난 아직도 어쩌지 못한다.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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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애쓰지 아니하며

 

석굴암에서 바라보는 새벽의 일출



놀이터에서 
흙구슬을 빚던 손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흙구슬이 부서져 울상이 되던 날

물기가 너무 없어도 아니되고
너무 많아도 아니되는 흙반죽을 떠올리며

새벽마다
이슬을 빚으시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면
이슬은 터져서 볼 수 없었겠지요

하늘은 애쓰지 아니하며
이 땅을 빚으시는지

물로 이 땅을 쓰다듬으시듯
바람으로 숨을 불어넣으시듯

오늘도 그렇게
새벽 이슬을 빚으시는 손길을 해처럼 떠올리며

저도 따라서 
제게 주신 이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애쓰지 아니하기로 
한 마음을 먹으며 이 아침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빛이 있으라
밤새 어두웠을 제 마음을 향하여 둥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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