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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62

밤은 밤에게 낮은 낮에게 “하늘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창공은 그의 솜씨를 알려 준다. 낮은 낮에게 말씀을 전해 주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알려 준다. 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그 소리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그 말씀 세상 끝까지 번져 간다.”(시 19:1-4a) 주님의 은혜와 평화를 빕니다. 한 주간 동안도 무탈하게 지내셨는지요? 우리 인생은 하루의 점철(點綴)이라지요? 점철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수없이 많은 점을 찍어 형태를 드러내는 점묘법 화가들이 생각납니다. 그들의 점 찍기는 일종의 수행이 아닐까요? 지루함의 악마와 싸우며 끝없이 반복되는 작업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사는 모습 속에 우리 인생 전체 모습이 반영된다고 합니다. 부분은 전체를 닮고 .. 2021. 8. 6.
소에게 말을 걸다 오후에 작실에 올라갔다. 설정순 성도님네가 잎담배를 심는 날이었다. 해질녘 돌아오는 길에 일을 마친 이속장님네 소를 데리고 왔다. 낯선 이가 줄을 잡았는데도 터벅터벅 소는 여전히 제 걸음이다. 종일 된 일을 했음에도 싫은 표정이 없다. 그렇게 한 평생 일을 하고서도 죽은 다음 몸뚱이마저 고기로 남기는 착한 동물. ‘살아생전 머리에 달린 뿔은 언제, 어디에 쓰는 걸까?’ 커다란 소의 눈이 유난히 착하고 맑게 보인다. 알아들을 리 없지만 걸음을 옮기며 계속해서 소에게 말을 건넨다. ‘소야, 난 네가 좋단다.’ 소는 여전히 눈을 껌벅거릴 뿐이었지만. 1987년 2021.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