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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62

가난하지만 작실속 속회, 유치화 청년 집에서 모이는 날이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캄캄해져야 일손을 놓고 집에 돌아오는 사람들, 그제야 씻고 저녁 먹고 하면 어느덧 시간은 저만큼이다. 일찍 모이자고 약속했으면서도 밤 10시가 넘어서야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치화 씨가 주변에 모임을 알리러 나간 사이 치화 씨 어머니가 툇마루에 촛불 하나 밝히고 사람들을 기다렸다. 아직 유치화 청년 집에는 전기가 없다. 오랫동안 비어 있어 전기가 끊긴 집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둘이서 살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사는 내력은 길고도 슬프다. 삶이란 저리도 기구하고 질긴 거구나 싶다.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며 흔들리는 촛불 앞에 둘러 앉아 나누는 이야기는 불에 관한 이야기였다. “옛날엔 등잔불 아래서도 명주 올이 잘 보.. 2021. 7. 16.
열 감지기가 울렸다 열 감지기가 울렸다 가게 문 입구에서 37.4도 순간 나는 발열자가 된다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았던 것이 원인임을 스스로 감지한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집 안에서는 선풍기를 돌리고 창문을 조금 열어둔다 차 안에서는 뒤에 창문 두 개를 다 열고 보조석 창문을 반쯤 열고 운전석 창문은 이마까지만 내린다 비록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맺히더래도 여름인데 몸에서 땀이 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이런 나는 가족들 사이에선 꼰대가 되기도 하고 밖에선 발열자가 되어서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인도 델리의 재래 시장인 빠하르간즈 5월로 접어들던 무렵의 무더위를 몸이 기억한다 에어컨을 틀지 않고선 숨조차 쉴 수 없었던 무더움 그곳의 초여름 더위는 무더움을 넘어.. 2021.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