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들의 새벽기도

사진/김승범

 

 

오늘 새벽에도 교회로 들어서는 현관문 앞에는 작은 막대기 하나가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오늘도 오셨구나.’ 김천복 할머니, 75세 되신 허리가 굽은 할머니시다. 현관에 서 있는 막대기는 할머니가 짚고 다니시는 지팡이인 것이다.


며칠 전부터 할머니가 새벽예배에 참석하신다. 할머니 사는 아랫 작실까지 재게 걸어도 내 걸음으로 10여분, 할머니는 훨씬 더 걸리리라.


머리 곱게 빗고 맨 앞에 앉으신 할머니, 오늘은 또 무얼 기도하실까. 얼마 전 서울로 떠난 철없는 막내아들 위해 기도하실까. 우리 전도사 좋은 목사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실까. 이는 할머니의 기도 제목 중 하나다. 당신 눈에 흙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곳 떠날 생각 아예 말라는 분이다.


교회 출석한지 얼마 안 되는 변정림 성도도 작실에서 내려온다. 마땅한 시계가 없어 4시 30분 예배시간을 맞추기가 어렵지만 그만큼 더 일찍 내려온다. 갑상선으로 목이 부어올라 고생하면서도 꾸준히 내려온다.


전에도 몇 번 그런 적이 있는 김을순 집사님은 이번에도 다시 한 번 같은 실수를 하였다. 자다 깨어 놀라 달려와 기도하고서 교회 벽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2시, 다시 돌아가 잠깐 누웠다가 종소리에 깨어 다시 달려왔던 것이다. 


대개는 시간이 턱에 닿아서야 졸린 눈 비비고 나가서 서는 못난 전도사의 못난 게으름은 교우들은 그렇게 말없이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문간에 서 있는 나무 지팡이를 보며, 나보다 먼저 와 있는 할머니의 나무 지팡이를 보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문을 연다.


무얼 그리 열심히 간구하는지 두 손 모아 허리 굽힌 채 뒤돌아보지 않는 할머니.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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