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62 얼벗 햇살에도 찌푸릴 줄 모르는 얼굴 곱디 고운 나의 오랜 얼벗 한적한 길을 걷다가 작디 작은 얼굴이 보이면 모른 체 쪼그리고 앉아 벗님과 같은 숨으로 나를 지운다 같은 데를 바라보면 빈탕한 하늘이 있다 2021. 4. 26. 대나무도 벼과지 거제도로 떠나기 위해 가방을 꾸리며 시집 한 권을 챙겨 넣었다. 황동규의 이었다. 떠날 때마다 짐을 줄이자고, 가능하다면 불필요한 짐을 넣지 말아 가볍게 떠나자 하며 웬만한 짐은 빼 버릇하면서도, 거꾸로 챙겨 넣는 것이 시집 한 권쯤이 되었다. 잠시 짬이 날 때 끊어 읽기가 좋았고, 툭툭 끊긴 듯 이어지는 시의 이미지가 여행 분위기와 걸맞을 때가 많았다. 얼핏 서점에서 훑어본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아(사실 황동규의 시는 거의 빼놓지 않고 읽는 셈이지만) 사서 책상에 꽂아 뒀던 책이었다. ‘몰운대행’, 떠남에 대한 내용이었기에 더욱 쉽게 빼들었다. 차를 타고 오가며 이따금씩, 혹 날 밝아오는 새벽녘 거제의 장승포 포구를 내려다보며 베란다에 앉아 읽기도 했다. 그중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 ‘대나무도 벼과(科).. 2021. 4.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