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02 산안개 신동숙의 글밭(169) 산안개 비가 오는 날에는산안개가 보고 싶어서 밥을 먹다가먼 산을 생각합니다 설거지를 하다가산안개를 생각합니다 푸른산 머리 위에 앉은하얀 산안개가 순합니다 비가 오는 그믐밤에도흰 박꽃처럼 순합니다 하늘도 순하고산도 순하고집도 순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온 마을이 하얀 박 속입니다 2020. 6. 20. 자조 한희철의 얘기마을(4) 자조 버스에 탄 할아버지 두 분이 이놈, 저놈 호탕하게 웃으며 농을 한다. “이놈아,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 “어허 그놈, 으른 애도 모르는 걸 보니 갓난애구먼.” “이놈아, 집에 틀어박혀있지 나가길 어딜 나가누. 나갔다 길 잃어버리면 집도 못 찾아올라구.” “고 어린 게 말은 잘하네. 아직 이도 안 난 것이.” “뭐라고?” 어이없어 껄껄 웃고 마는 할아버지, 정말 앞니가 하나도 없다. 친구 같은 두 분 할아버지, 무심한 세월 덧없음을 그렇게 서로 자조하고 있는 것이었다. (얘기마을, 1989년) 2020. 6.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