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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

수넴 여인, 자식 낳기도 어렵고 키우기도 어렵다(1)

by 한종호 2016. 7. 15.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45)

 

수넴 여인, 자식 낳기도 어렵고 키우기도 어렵다(1)

 

1. 두 어머니. 열왕기하 4장은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경제적인 형편이나 사회적인 신분은 다르지만, 두 여인이 어머니로서 자식 때문에 아픔을 겪을 때, 엘리사가 그 문제를 해결해주었다는 점에서는 같다. 1-7절은 갚지 못할 빚으로 인해 두 아이를 빼앗길 번한 어머니가 엘리사의 도움으로 빚을 갚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8-37절은 자식이 없고 앞으로도 자식을 낳을 가능성이 없는 한 부유한 수넴 여인이 기적적으로 출산한 아이가 갑자기 죽었지만, 엘리사로 인해 그 아이가 다시 살아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2. 오늘은 두 번째 어머니 이야기를 하려 한다. 엘리사는 이스라엘 땅 이곳저곳을 주유하면서 사역했는데, 어느 날 수넴이라는 곳에 들렸을 때, 그곳에 사는 한 부유한 여인이 엘리사에게 식사 대접하기를 간절히 원해서, 엘리사는 수넴 지역을 지날 때마다 그 집에서 식사를 했다. 그 수넴 여인은 엘리사를 매우 존경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엘리사를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이라고 칭한다. 그렇게 식사를 대접하다가 그 수넴 여인은 자기 집에서 엘리사가 편하게 묵어 갈 수 있게 옥상에 작은 다락방을 만들기로 남편과 의논한 다음, 엘리사가 머물 방을 만들었다. 그 후로 엘리사는 수넴을 지날 때마다 그 집에서 묵었다. 그런데 수넴 여인이 엘리사를 위한 방을 만들자고 남편에게 제안할 때 그 방에 들여야 할 가재도구를 언급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침상과 책상과 의자와 촛대.” 수넴 여인은 엘리사가 편안히 쉴 수 있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보인다.

 

3. 엘리사는 자신을 그토록 극진히 섬기는 수넴 여인이 고마워서(“네가 이같이 우리를 위하여 세심한 배려를 하는도다”) 감사 표시로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 싶어서 수넴 여인을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내가 너를 위하여 무엇을 하랴 왕에게나 사령관에게 무슨 구할 것이 있느냐?” 엘리사가 하는 말을 잘 살펴보면, 엘리사가 왕이나 사령관 같은 고위관리들에게 어떤 부탁을 할 때, 그들이 엘리사를 무시하지 못할 만큼 영향력이 컸음을 알 수 있다.

 

 

 

 

4. 그런데 수넴 여인은 가정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왕이나 사령관에게 부탁해서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할 만한 그런 특별한 일이나 문제가 없었던 모양이다. 수넴 여인은 엘리사에게 “나는 내 백성 중에 거주하나이다”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수넴 여인과 그 가족들이 이웃들과 어울려 원만하게 평화롭게 지내고, 생활도 꽤 풍족해서 전혀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겠다. 그래도 우리 같으면 엘리사가 그렇게 말할 때, 없는 일이라도 만들어서 높은 사람들에게 연줄을 놓으려고 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수넴 여인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엘리사를 섬기려 했음이 분명하다.

 

5. 엘리사는 수넴 여인에게 어떤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수넴 여인이 아무 문제없이 사람들과 어울려서 잘 살고 있다고 해서, 엘리사가 오히려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엘리사는 수넴 여인을 돌려보낸 다음, 다시 게하시와 의논을 한다. “그러면 그를 위하여 무엇을 하여야 할까”(14절). 수넴 여인이 아무 것도 요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들이 집안 사정을 잘 살펴서 수넴 여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선물로 주기로 한다. 게하시는 그 집안에 자식이 없다는 사실을 엘리사에게 이야기 한다. “참으로 이 여인은 아들이 없고 그 남편은 늙었나이다”(14절). 그러니까 수넴 여인은 지금껏 자식이 없었는데, 이제는 남편이 나이가 들어서 앞으로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은 아브라함과 사라를 떠올리게 한다.

 

6. 게하시가 하는 말을 듣고 엘리사는 다시 수넴 여인을 부른다. 그리고 그에게 아이 출산을 약속한다. “한 해가 지나 이때쯤에 네가 아들을 안으리라”(16절). 하지만 수넴 여인은 엘리사가 하는 약속을 전혀 믿지 않는다. “아니로소이다 내 주 하나님의 사람이여 당신의 계집종을 속이지 마옵소서”(16절). 이런 모습들도 하나님이 하시는 약속을 믿지 않고 오히려 우습게 여겼던 사라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넴 여인이 엘리사를 섬기면서도 아무런 대가를 원치 않았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7. 수넴 여인은 엘리사를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높이면서도 아이 출산에 대해 그가 하는 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엘리사가 말한 대로 수넴 여인은 일 년이 지나서 아이를 출산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어머니가 될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수넴 여인은 어머니가 되었다. 이렇게 어머니가 된 수넴 여인은 남편과 함께 아이를 금지옥엽(金枝玉葉)처럼 애지중지했을 것이다. 그렇게 행복한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가 추수꾼들을 따라서 아버지가 일하는 보리 추수하는 곳으로 갔는데, 느닷없이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아이를 어머니에게 데려다 주었다. 수넴 여인은 아이를 지극하게 간호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후로 넘어가면서 아이는 결국 어머니 무릎에서 죽었다.

 

8. 이렇게 갑작스럽게 아이가 세상을 떠나자 수넴 여인은 “아들을 하나님의 사람의 침상 위에 두고 문을 닫고 나왔다”(21절). 그리고 남편에게 사환 한 사람과 나귀 한 마리를 주면, 하나님의 사람에게 달려갔다가 돌아오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남편은 오늘이 초하루도 아니고 안식일도 아닌데 뭐 하러 하나님의 사람에게 가려고 하는지 묻는다. 남편은 아이가 죽었는데 아내가 하나님의 사람, 즉 엘리사에게 가려는 이유를 몰랐던 듯하다.

 

9. 수넴 여인은 사환에게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늦추지 말고, 힘껏 달려가자”(새번역)고 말한다.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서 갈멜 산으로 하나님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간다. 성경기자는 21절부터 엘리사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칭한다. 그리고 29절부터 다시 엘리사로 칭한다. 엘리사는 수넴 여인이 나귀를 타고 오는 것을 먼 곳에서 알아보았다. 수넴 여인이 나귀를 타고 급하게 오는 것을 보고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게하시에게 가서 알아보게 한다. “너는 달려가서 그를 맞아 이르기를 너는 평안하냐 네 남편이 평안하냐 아이가 평안하냐 하라”(26절). 그런데 수넴 여인은 게하시에게 “평안하다”고 대답하고는 계속 달려서 하나님의 사람에게 이르러 그 발을 안았다.

 

10. 어머니가 된 감격,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기쁨.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행복. 이 모든 게 아이가 어머니 무릎에서 죽는 순간에 끝났다. 아이 잃은 어머니가 겪는 아픔은 아이 없을 때 느꼈던 아픔과는 비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살다보면 아이를 잃는 그런 뼈저린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수넴 여인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엘리사가 그에게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말하자, “아니로소이다”라고 말한 게 아닐까?

 

이종록/한일장신대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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