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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

산모(産母)의 권리, 그 시대가 우리보다 나았다(1)

by 한종호 2015. 7. 23.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28)

 

산모(産母)의 권리, 그 시대가 우리보다 나았다(1)

 

 

1. 이번 이야기는 “레위기에 나타나는 모정천리”이다. 이 주제를 보고, 대다수 사람들은 의아해 할 것이다. 제사 매뉴얼 같은 레위기에서 모정, 즉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까?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레위기가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그것을 확인할 것이다. 그런데 레위기가 어머니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레위기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레위기의 핵심은 “거룩한 하나님․거룩한 백성”이다. 그런데 도대체 “거룩”이라는 게 무엇일까?

 

2. 레위기의 내용을 살펴보자. 레위기는 크게 세 부분(1-7장(+8-10장), 11-15장(+16장), 17-26장(+27장)으로 나뉜다. 먼저 레위기 1-7장은 이스라엘의 다섯 가지 제사인 번제, 소제, 화목제, 속죄제, 속건제에 대해 말하는데, 1장 1절-6장 7절과 6장 8절-7장 38절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온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하는 1장 1절-6장 7절은 번제, 소제, 화목제, 속죄제, 속건제 순서로 기록하고, 제사장들(“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대상으로 하는 6장 8절-7장 38절은 번제, 소제, 속죄제, 속건제, 화목제 순서로 기록한다.

 

3. 그런데 다섯 가지 제사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소제이다. 소제는 곡식으로 드리는 제사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제사를 드릴 때 주로 소나 양, 염소로 드렸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비둘기로 드렸다. 그런데 곡식으로 드리는 제사도 있었다. 이 제사가 바로 소제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소제를 어떻게 드렸을까? “누구든지 소제의 예물을 여호와께 드리려거든 고운가루로 예물을 삼아”(레위기 2:1). 속죄제를 드릴 때, 어린 양을 바칠 수 없는 사람들은 산비둘기 두 마나 집비둘기 새끼 두 마리로 드린다(레위기 5:7). 그런데 비둘기도 바치기 어려운 사람들은 곡식 가루를 드리게 했다(레위기 5:11). 이런 점에서 소제는 매우 소중한 제사였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유목과 정착을 겸한 반(半)유목민이었다고 해도, 소와 양, 그리고 염소를 마음대로 잡아먹거나 제물로 바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가축이 많지는 않았다. 소, 양, 염소 한 마리 없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제사 제물을 소, 양, 염소로 규정하면, 제사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의 부자들뿐이었을 것이다. 소제는 부유하지 못한 자들, 소, 양, 염소, 심지어는 비둘기조차 바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제물이었다는 점에서, 그들에게도 제사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제사의 민주화를 지향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이스라엘 사람들이 제사를 드린 이유는 무엇일까? 가축들을 죽여서 피를 다 쏟게 하고 각을 떠서 불에 태워 제물로 드리는 이 복잡한 과정을 굳이 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스라엘 백성은 다섯 가지 제사를 드리면서, 자신들이 하나님의 백성임(정체성)을 확인하고,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기를 날마다 새롭게 다짐했을 것이다. 이러한 의식(意識)이 없다면, 그들이 드리는 제사는 다른 나라사람들이 드리는 제사와 다를 바가 없는 우상숭배의식(儀式)에 불과하다.

 

5. 레위기 둘째 부분은 정결법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일상적으로 살아가면서도 깨끗한 삶을 살아야 했다. 레위기에서 말하는 정과 부정은 제의적인 차원에서의 정과 부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깨끗하다”는 것이 우리의 삶과 유리된 어떤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것만도 아니다. “깨끗함”은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청결, 위생으로 나타난다. 그들은 아무 음식이라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되었고, 특히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부정한 것으로 정해진 것은 결코 먹어서는 안되었다(11장). 그리고 출산예법도 엄격했다(12장). 피부질환과 유출증상에 대해서도 엄격한 관리를 하도록 했다(13-15장). 또 일 년에 한차례 대속죄일을 정해서 대제사장들로 하여금 이스라엘의 죄를 속하게 했다(16장).

 

6.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통해서 이스라엘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깨끗하게 살려고 애썼는지 알 수 있다. 이렇듯 제의적 정결을 중시함으로써, 그들은 제의적으로 건강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그들은 제의적인 차원에서 정함을 유지하려 했고, 그것을 통해서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려 했지만, 그러한 제의적인 정결은, 당시에는 알지 못한 위생적인 정결도 함께 이루어지게 했다.

 

7. 하나님이 레위기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알려주시고자 한 것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인 여호와가 거룩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 백성인 이스라엘도 당연히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거룩하다”(히브리어로 “카도쉬”)는 것은 “구별되다”는 의미를 갖는다.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은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주위 사람들과 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구별되게, 무엇인가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살도록 하나님이 법을 주시는 것이다. 그 법을 성결법이라고 한다.

 

8. 17-26장을 성결법이라고 하는데, ‘거룩하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에 붙여준 이름이다.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것은 바로 “거룩한 삶”이었다. 이스라엘은 거룩하게 살기 위해, 다른 나라 백성들과는 구별된 삶을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것이다. 성결법전은 그러한 세부적인 항목들을 담고 있다.

 

9. 그들은 성(sex)적으로 온전해야 했고, 대인관계에서도 온전해야 했다. ‘거룩’은 모두가 공평하고 평화로운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 어떠한 위험과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복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그런 ‘온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거룩’은 이처럼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10. “거룩한 하나님 거룩한 백성.” 이것은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뿐만 아니고, 오늘 이 시간 우리에게도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거룩하신 하나님은 그의 백성인 우리가 세상 사람들과는 다르게 구별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신다. 그래서 온전한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신다.

 

이종록/한일장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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