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당시의 유월절(2)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11)

 

예수님 당시의 유월절(2)

 

 

그리심 산 사마리아 사람들의 유월절

 

주후 70년 로마에 의하여 제2성전이 파괴되기 전까지 유대인들은 성전에 모여 희생제물을 바치며 매년 유월절을 축하하였다. 그러나 성전이 파괴되자 제일 먼저 불가능해진 것은 유대 종교의 핵심적 자리를 차지했던 희생 제사였다. 그 후 유대 종교는 희생제사 없는 새로운 종교로 발전되어 갔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성전의 희생제사가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2000년 전에 사라진 유대인의 유월절 희생제사 의식을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다름 아닌 그리심 산의 사마리아 유대인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성경 시대에는 일 년 내내 항상 희생양을 제물로 바쳤으나, 오늘날 사마리아 유대인들은 일 년 중 하루, 니싼월 14일 유월절 날에만 제물을 바친다는 점이다. 이 사마리아 유대인들은 성경 시대의 전통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마리아 사람들의 유월절 의식은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많은 관심을 끌어 왔다.

 

 

<By Illustrators of the 1897 Bible Pictures and What They Teach Us by Charles Foster , via Wikimedia Commons>

 

 

필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꼭 한 번 그곳에 가서 그들이 드리는 유월절 희생 제사를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러나 기회는 일 년에 한 번밖에 없었다. 유월절에 가야만 사마리아 사람들이 드리는 유월절 희생 제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스라엘 유학 기간 중 벼르고 벼르다가 1986년 유월절에 드디어 그리심 산에 가 볼 수 있었다.

 

사마리아인들도 다른 유대인과 마찬가지로 유월절 전날이 되면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며, 모든 유교병을 집안에서 없애 버린다. 유월절이 되면 모든 사마리아 유대인들은 세겜에 있는 그리심 산으로 순례의 길을 떠난다. 그리심 산은 한때 그들의 성전이 서 있던 곳으로 신성한 산이다. 산에 도착하면 가 가정별로 텐트를 치고 유월절을 준비한다. 그들은 유월절기간 내내 그곳에서 지낸다.

 

성전이 파괴된 이후 유대인의 유월절은 계속 새로운 전통을 만들며 계승되어 왔다. 따라서 오늘날 유대인의 유월절 행사는 구약시대와는 상당히 다르다. 그러나 사마리아 사람들은 제2성전(예수님 당시의 성전)시대 이전의 유월절 풍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그들이 다른 유대인들과의 접촉을 일체 피해 왔기 때문이다. 사마리아 사람들은 다른 유대인들이 유월절에 행하는 포도주를 마신다든지 하는 후대의 전통을 모른다. 이러한 전통들은 이미 사마리아 사람들이 일반 유대인들로부터 분리해 나가고 상당한 시일이 흐흔 후대에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마리아 사람들이 유월절 의식의 기준을 철저하게 구약성경에 두고 있다는 데 있다. 그들은 구약성경과 어긋나는 것은 전통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구약시대의 관습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오후가 되면 본격적으로 유월절 희생 제사를 준비한다. 모든 사마리아 남자들은 흰 옷을 입고 유월절을 기다린다. 마침 필자와 필자의 아내가 그리심 산에 도착했을 때는 유월절 전날 오후였는데, 흰 옷을 입은 사마리아 남자들과 기념 촬영도 할 수 있었다. 못 보던 동양 사람을 만나서인지 유난히 우리에게 친절했다. 그들에게서 매우 따뜻하고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희생 제사를 드리는 장소로 가 보니 불을 피우기 위한 큰 구덩이를 두 군데 파 놓은 것이 보였다. 무엇인가 알아보니 한 곳은 양을 불에 굽기 위하여 다른 한 곳은 희생제물의 내장을 불사르기 위하여 준비한 것이었다. 그들은 곧 구덩이에 준비한 나무를 넣고 불을 붙였다. 두 구덩이에서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을 담기 위한 큰 상자모양의 쇠로 만든 통도 준비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준비되자 그들은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희생제사는 해지기 30분 전에 시작된다. 대제사장이 개회를 선언하면 모든 사람들의 묵도로 행사가 시작된다. 이때 모든 사마리아 사람들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한때 그들의 성전이 서 있었던 그리심 산 정상으로 얼굴을 향한다.

 

대제사장은 목소리를 높여 일련의 기도문을 낭송한다. 정확하게 해가 지기 시작할 때, 대제사장은 그의 얼굴을 해가 지는 서쪽으로 향하고 유월절 희생양을 잡으라는 말씀이 있는 구약의 말씀을 읽기 시작한다. 열댓 명의 젊은 사마리아 사람들은 손으로 양을 잡아 두 다리 사이에 눕혀 높고, 타오르는 불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들러 서서, “모든 이스라엘의 회중은 땅거미가 지는 시간에 양을 잡을지니라하는 대제사장의 명령을 기다린다. 이때 한 마리의 양을 여분으로 준비한다. 만일 제물로 바치는 양 중에 흠이 있는 것이 발견되면 대체하기 위함이다. 대제사장의 명령이 떨어지면 사마리아의 젊은이는 일제히 양을 도살한다. 그리고 양의 피를 취하여 자기의 얼굴에 찍어 바른다. 모든 사람들은 환호하며 서로 어깨를 끌어안고 인사를 나눈다. 자기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상대방의 왼쪽 어깨에 대고 서로 끌어안은 다음, 다시 자신의 왼쪽 어깨를 상대방의 오른쪽 어깨에 대고 끌어안는 유대인 특유의 인사법이다. 끌어안을 뿐 아니라 상대방의 볼에 입까지 맞춘다.

 

흥미로운 사실은 양을 도살한 후 양의 항문에 바람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펌프는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아마도 내장을 쉽게 분리시키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사마리아 젊은이들은 도살한 양을 즉시 끓는 물에 집어넣어 가죽을 벗겨 내었다. 두 개의 구덩이에는 불이 활활 타고 있었다. 구덩이 위에는 거대한 석쇠 모양의 쇠망이 걸쳐 있었고, 그 사이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양의 내장은 분리한 후 따로 모아 불구덩이 위에 놓인 석쇠 모양의 망에 올려놓고 불로 태워 버린다. 사마리아 오경은 내장을 먹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장이 제거된 양은 물로 깨끗이 씻은 후 소금을 쳐서 피가 완전히 빠지기까지 두 시간 정도 기다린다. 10시경이 되어 피가 완전히 빠지면 대제사장은 양고기를 불에 구우라고 명령한다. 청년들은 피가 완전히 제거된 양들을 나뭇잎과 풀잎으로 싼 뒤 흙을 발라 불에 구울 준비를 한다. 대제사장의 기도와 합께 청년들은 막대기에 꿴 양들을 어깨에 메고 나가 불구덩이 위에 올려놓는다. 양이 불에 잘 구워지려면 적어도 세 시간 정도가 걸린다. 그 동안 사마리아 사람들은 기도하든지, 잠을 자든지, 혹은 서로 이야기하며 양이 익기를 기다린다.

 

사마리아 사람들의 유월절 행사는 출애굽 당시 급하게 먹던 전통을 따라 불에 잘 익은 양고기를 급히 먹는 유월절 식사로 절정에 이른다. 유월절 식사는 양의 피로 모든 죄를 용서받은 후, 즉 하나님과 화해된 상태에서 하나님 앞에서 먹는 거룩한 식사이기에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타내는 축복의 식탁이다. 1시경이 되면 모두 일어나 손과 발을 씻고 흰 옷을 입고 유월절 식사를 준비한다. 사마리아인들은 그리심 산에서 뜯어 온 쓴 나물과 무교병(마짜)을 잘 익은 양고기 위에 얹어 놓는다. 모든 것이 준비되면 대제사장이 축복기도를 올린다.

 

기도가 끝나면 양고기를 텐트에 있는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나눠 준다. 이때 사마리아 유대인들은 그들이 이집트를 떠나던 때를 회상하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양고기를 먹는다. 보통 20분 이내에 양고기를 다 먹는다. 마짜와 쓴 뿌리는 빼놓을 수 없는 유월절 식탁 메뉴다. 대부분의 사마리아 사람들은 기도하며, 찬양하며, 혹은 서로 출애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아침이 오기까지 밤을 새운다.

 

자유를 노래하는 축제

 

유대인들은 유월절 음식을 먹을 때 뒤로 비스듬히 기대어 편안하게 먹는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법령 해석집인 미쉬나에 보면 모든 유대인은 유월절 식사 시에 반드시 뒤로 기대어 먹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날만은 뒤로 기대어 느긋하게 먹도록 규정하고 있다.

 

왜 이런 전통이 생겼을까? 로마시대의 관습에 따르면, 당시 모든 자유인은 식사할 때 뒤로 기대어 음식을 먹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당시 랍비들은 모든 유대인들에게 유월절들에게 유월절 식사만은 뒤로 기대어 먹게 함으로써 그들이 자유인인 것을 만끽하며 누리도록 한 것이다. 이는 이집트에서 노예였던 그들이 하나님의 능력으로 출애굽하여 가나안 땅에서 자유인이 된 역사적 사실을 축하하기 위함이다.

 

예수님의 죽음과 유월절

 

예수님은 최후의 유월절 식사를 제자들과 함께하셨다. 그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주며 그것을 자신의 살과 피라고 가르치셨다. 이것이 유명한 최후의 만찬이다. 당신 자신을 유월절에 바쳐질 희생양으로 인식하신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발랐을 때 하나님이 신이 그들을 넘어가셔서(유월:pass over) 이스라엘이 축음을 면했던 것처럼, 예수님의 피를 갖는 자마다 생명을 얻을 것을 가르치셨다. 유월절마다 수많은 양들이 이스라엘을 위하여 희생되실 것을 제자들과 나눈 최후의 유월절 식사를 통하여 가르치신 것이다. 신약성경 기자들은 예수님을 유월절의 양으로 묘사하고 있다. 예수님은 니싼월 14, 즉 유월절 바로 전날에 처형되었다. 이날은 유월절 양이 도살되는 날과 일치한다.

 

인류를 살리신 유월절 양

 

사마리아 그리심 산에서 본 사마리아 사람들의 유월절 행사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오르자 도살되는 앙의 모습, 불에 타는 양의 내장, 불에 그을리는 양고기 등이 떠오르며 죄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몸서리쳐졌다. 아 용서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차창 밖을 내다보니 사마리아의 구릉 지대가 빽빽한 올리브 나무와 함께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문득 도살된 양을 장대에 꿰어 높이 세 놓은 모습이 떠오르면서, 십자가에 달려 피흘리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그 위로 오버랩되었다. 예수님이야말로 온 인류를 살리신 유월절 희생양이시다.

 

 

최명덕/건국대학교 교수, 조치원성결교회 목사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대인의 장막절(2)  (0) 2015.06.22
유대인의 장막절(1)  (0) 2015.06.09
예수님 당시의 유월절(2)  (0) 2015.05.04
예수님 당시의 유월절(1)  (0) 2015.04.20
유대인의 유월절(2)  (0) 2015.04.03
유대인의 유월절(1)  (0) 2015.03.23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