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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소에게 말을 걸다

by 한종호 2021. 8. 6.



오후에 작실에 올라갔다.
설정순 성도님네가 잎담배를 심는 날이었다.
해질녘 돌아오는 길에 일을 마친 이속장님네 소를 데리고 왔다.
낯선 이가 줄을 잡았는데도 터벅터벅 소는 여전히 제 걸음이다.
종일 된 일을 했음에도 싫은 표정이 없다.
그렇게 한 평생 일을 하고서도 죽은 다음 몸뚱이마저 고기로 남기는 착한 동물.


‘살아생전 머리에 달린 뿔은 언제, 어디에 쓰는 걸까?’


커다란 소의 눈이 유난히 착하고 맑게 보인다.
알아들을 리 없지만 걸음을 옮기며 계속해서 소에게 말을 건넨다.


‘소야, 난 네가 좋단다.’


소는 여전히 눈을 껌벅거릴 뿐이었지만.

<얘기마을>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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