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손



선머슴 손 같다고, 언젠가 아내는 내 손을 두고 그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원래 손이 큰데다가 언제 배겼는지 모를 군살이 아직껏 손바닥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각기 다르게 생긴, 그러나 하나같이 못생긴 손톱이 톱니바퀴처럼 꺼칠했고, 영 돌보지 않는 손톱 주변이 지저분했던 것도 그렇게 말한 이유 중의 하나였을 겁니다. 시골에서 수고한다고 인사차 그러는 거겠지만 이따금 아는 이들을 만나 악수를 하면 손이 꺼칠해졌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예배를 마치면 현관에 나와 교우들과 악수를 합니다. 첨엔 좀 머쓱해 못했는데 막상 하고보니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일일이 손을 마주 잡고 인사하는 것이 그냥 말로 인사하는 것보다 훨씬 정 깊고 친숙하게 여겨집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와 악수를 합니다.

 

그런데 교우들의 손을 마주 잡을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교우들의 손, 꺼칠하다 못해 온통 금이 간 듯싶습니다. 흙 일구며 살아가는 손, 나무껍질 같이 거칠기 그지없습니다.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의 손 모두가 그렇습니다.

 

손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좋은 연장입니다. 그 손을 가지고 인간은 온갖 것들을 합니다. 그러나 땅 일구는 농부들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손을 가장 정직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누군 선머슴 같다지만 예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눌 때면 내 손은 여자 아이 손입니다. 부끄러운 듯 내미는 손을 오히려 내가 부끄러운 마음 되어 마주 잡습니다. 가장 정직하고 떳떳한 손을 부끄러운 손이 마주잡는 것입니다.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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