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

안쓰러운 하나님

by 한종호 2015. 3. 18.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6)

 

안쓰러운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가서 예루살렘 거민(居民)의 귀에 외쳐 말할지니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네 소년(少年) 때의 우의(友誼)와 네 결혼(結婚) 때의 사랑 곧 씨 뿌리지 못하는 땅, 광야(曠野)에서 어떻게 나를 좇았음을 내가 너를 위()하여 기억(記憶)하노라 그 때에 이스라엘은 나 여호와의 성물(聖物) 곧 나의 소산(所産) () 처음 열매가 되었나니 그를 삼키는 자()면 다 벌()을 받아 재앙(災殃)을 만났으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예레미야 2:1-3).

 

 

떠나간 사람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오래 전 일이기도 하고 적잖은 아픔과 상처를 남긴 사람이기도 한데, 그러거나 말거나 떠난 사람을 변함없이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 허락된 유일한 사랑이 오직 그 한 사람이었다는 듯 눈길과 마음의 걸음을 거두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느라 지불하는 고통의 대가는 헤아리기가 어려운데, 그래도 한결 같이 사랑의 마음을 거두어들이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바보 같은 사랑이라 할 수 있을 터인데, 하나님도 그들 중 한 분이시다.

 

하나님은 지난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향해 가졌던 마음과 태도를 기억하신다. 젊은 시절의 우의(友誼)를 기억하신다. ‘우의란 어떤 관계 속에서 그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도리를 제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이 하나님께 성실하였던 것을 기억하신다.

 

신혼 시절에 얼마나 하나님을 사랑하였는지를 기억하신다. 뜨겁고 순수했던 사랑과 열정을 잊지 않으신다.

 

씨를 뿌리지 못하는 광야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따랐는지를 기억하신다. 아무 것도 자신을 지킬 것이 없었던 곳에서 전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했던 그 마음을 기억하신다.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했던 백성들을 두고 하나님은 나의 성물’(聖物), ‘나의 첫 열매라 부르신다. ‘성물첫 열매의 의미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과 함께 하나님께 속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첫 열매라면 꽃다지’,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들을 하나님은 하나님의 꽃다지로 여기신다.

 

소년 때의’ ‘결혼 때의’ ‘씨 뿌리지 못하는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는 그 모든 것이 지난 시간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소년 때에 우의가 있었다면 무엇 하겠는가? 지금은 그 우의를 다 잃어버린 걸. 아무리 신혼 때에 사랑했다면 무엇 하겠는가? 지금은 그 사랑 다 식어버린 걸. 광야에서 아무리 하나님을 의지했다면 무엇 하겠는가? 지금은 다 등을 돌린 걸.

  

 


Rembrandt Harmensz. van Rijn
- Jeremia treurend over de verwoesting van Jeruzalem


백성들은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하나님께 드리던 사랑은 식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지난날의 사랑을 기억하고 계신다.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마음 다 잃어버린 백성들을 두고서 하나님은 왜 지난날의 사랑을 기억하고 계신 것일까.

 

그 모든 것을 기억하시는 이유를 두고 오늘 성경은 너를 위하여라 말씀한다. 하나님은 백성들을 위하여 지나간 사랑을 기억하시는 것이다. 지금은 깨어졌다 할지라도 누군가 지난날의 사랑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그 사랑은 다시 회복될 수 있다. 모두가 잊어버리면 불가능하지만 누군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면 다시 살아날 수가 있다. 백성들은 잊어버렸지만 그럴수록 하나님은 기억하셔서 다시 그 때의 마음이 회복되기를 원하신다.

 

떠나간 아들이 언제 돌아올까 목 긴 기다림으로 동구 밖을 내다보는 늙은 아버지처럼, 당신에게서 멀어진 백성들의 오래 전 사랑을 기억하고 계시는 하나님, 하나님이 안쓰럽다.

 

한희철/동화 작가, 성지교회 목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