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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

리브가, 재원(才媛)이 좋은 어머니가 되는 건 아니다(1)

by 한종호 2015. 3. 17.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10)

 

리브가, 재원(才媛)이 좋은 어머니가 되는 건 아니다(1)

 

 

1. 리브가라는 한 여자. 성경기자는 리브가를 이렇게 소개한다. “그 소녀는 보기에 심히 아리땁고 지금까지 남자가 가까이 하지 아니한 처녀더라”(창세기 24:16). 이것은 당시 여자에 대한 최상의 평가였던 게 분명하다. 성경에서 어떤 사람을 이렇게까지 극찬을 하는 경우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리브가가 그야말로 경국지색(傾國之色)의 미모를 지닌 절세미인이었다는 것이다.

 

2. 이삭과 리브가가 결혼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창세기 24장에 나오는데, 창세기 24장은 67절이다. 23장이 20절이고 25장이 34절인 것을 고려하면, 분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구약성경에서 결혼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록 분량으로 보면, 세기의 결혼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이삭과 리브가가 실제로 결혼하는 장면은 본문에 나오지 않는다. 결혼식 자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리브가가 이삭을 보고 너울을 가지고 얼굴을 가렸다는 것, 그리고 이삭이 리브가를 “그의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 들이고 그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고 사랑하였으니 이삭이 그의 어머니를 장례한 후에 위로를 얻었더라”(창세기 24:67)는 구절이 전부이다. 창세기 24장 대부분은 리브가가 어떻게 이삭과 결혼하게 되었는지, 결혼 이전 과정을 상세하게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성경기자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3. 창세기 24장은 “아브라함이 나이가 많아 늙었고 여호와께서 그에게 범사에 복을 주셨더라”(1절)로 시작한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을 무렵에도 “백 세 된 사람이 어찌 자식을 낳을까”(창세기 17:17)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주님이 나타나서 아브라함에게 내년에 사라가 이삭을 출산할 것을 예고했을 때, 성경기자는 “아브라함과 사라는 나이가 많아 늙었고 사라에게는 여성의 생리가 끊어졌는지라 사라가 속으로 웃고 이르되 내가 노쇠하였고 내 주인도 늙었으니 내게 무슨 즐거움이 있으리요”(창세기 18:11-12)라고 서술한다. 아브라함과 사라가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나이가 되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브라함과 사라는 아이를 잉태케 하고 출산한다. 자식을 낳을 가망이 없을 정도로 늙었다는 아브라함은 사라가 죽은 다음, 그두라와 결혼해서 여러 자식들을 낳는다(창세기 25:1-4). 아슬아슬 놀라운 생산력이다.

 

4. 리브가 이야기는 아브라함이 “자기 집 모든 소유를 맡은 늙은 종”에게 자신의 며느릿감, 즉 이삭의 아내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24장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1-9절은 아브라함이 늙은 종에게 맹세까지 시키면서 며느릿감을 고향에서 찾아오게 하는 장면이다. 10-60절은 아브라함이 말한 대로 늙은 종이 메소포타미아 나홀의 성으로 갔고, 거기서 우연히 리브가를 만나 그가 최상의 며느릿감을 확신하고 부모와 본인의 허락을 받는 장면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인 61-67절은 리브가가 고향을 떠나서 이삭이 있는 곳까지 오는 과정을 서술한다.

 

5. 창세기 24장 1-9절을 보면, 아브라함이 종에게 맹세케 하는데, “내 허벅지 밑에 네 손을 넣으라 내가 너에게 하늘의 하나님, 땅의 하나님이신 여호와를 가리켜 맹세하게 하노니”(창세기 24:2-3)라고 말한다. 그런 다음 그 종은 “이에 그의 주인 아브라함의 허벅지 아래에 손을 넣고 이 일에 대하여 그에게 맹세하였다”(창세기 24:9). 성경기자는 아브라함이 이삭의 결혼, 아니, 이삭의 아내가 될 사람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허벅지, 즉 남자 성기에 손을 대고 맹세하는 관습은 야곱이 요셉에게 자신을 애굽이 아닌, 조상의 묘지에 장사하라(창세기 47:30)고 당부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그만큼 강력하다.

 

6. 창세기 24장 10-60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10-27절은 아브라함의 종이 리브가를 만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28-49절은 아브라함의 종이 이번 일에 대한 경과보고를 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50-60절은 자초지종을 들은 후 리브가가 이삭에게 시집가기로 결단하는 장면이다.

 

 


<"RebeccaAtTheWell Giovanni" by Giovanni Antonio Pellegrini>

 

7. 성경 기자는 우리로 하여금 리브가가 어떤 여인인지에 주목하게 한다. 아브라함의 종은 아브라함이 그에게 지시하는 일이 그만큼 중대하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자신이 맡은 사명이 얼마나 막중한지를 파악하고, 그 일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문제는 아브라함의 맘에 들고 이삭과 잘 어울릴 그런 여자를 어떻게 찾아내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아브라함의 종은 몇 가지 기준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여자를 택하기로 한다. 아브라함의 종이 우물로 가서 거기 있는 어떤 소녀에게 마실 물을 달라고 할 때, 그 소녀가 “마시라 내가 당신의 낙타에게도 마시게 하리라”(창세기 24:14)고 대답하면, 그 소녀를 하나님이 지정해두신 아브라함의 며느릿감으로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8. 그렇게 생각하고 났더니 바로 리브가가 나타났다. 아브라함의 종은 자신이 계획한 대로 리브가를 묵묵히 테스트한다. 성경기자가 묘사하는 리브가는 매우 당당하고 적극적이다. 어떤 행동을 하는데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행한다. 성경기자는 리브가가 아브라함의 종과 낙타들에게 물을 길어서 마시게 하는 과정을 서술하면서 “급히”라는 단어를 두 번(24:18, 20절) 사용한다. 이런 점에서 리브가는 아브라함의 종이 설정한 기준에 딱 들어맞는 최고 수준의 여인이었다. 성경기자는 이것을 부각시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10-27절은 아브라함의 종이 리브가를 만나는 장면에 대한 서술이고, 28-49절은 아브라함의 종이 라반에게 자초지종을 들려주는 장면이다.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서 성경기자는 리브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독자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준다.

 

9. 성경 기자는 “그들이 그 누이 리브가와 그의 유모와 아브라함의 종과 그 동행자들을 보내며”라고 기술함으로써, 리브가의 유모가 리브가와 동행해서 가나안으로 갔음을 알려준다. 나중에 성경기자는 리브가의 유모 이름을 드보라라고 한다. “리브가의 유모 드보라가 죽으매 그를 벧엘 아래에 있는 상수리나무 밑에 장사하고 그 나무 이름을 알론바굿이라 불렀더라”(창세기 35: 8). 성경기자는 리브가와 함께 가나안땅으로 간 리브가의 유모에게 관심을 기울였고, 그래서 성경에 그의 이름도 밝히고 마지막 장면도 기록해놓았다. 참 따스하다.

 

10. 성경 기자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의 족보는 이러하니라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았고 이삭은 사십 세에 리브가를 맞이하여 아내를 삼았으니 리브가는 밧단 아람의 아람 족속 중 브두엘의 딸이요 아람 족속 라반의 누이였더라”(창세기 25:19)고 다시 약술하는데, 리브가가 절세가인이었고, 현명하며 적극적이고 예의범절에 밝은 최고 재원이었음을 말하고 싶어 한다.

 

이종록/한일장신대학교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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