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마주 잡을 손

by 한종호 2020. 7. 3.

한희철의 얘기마을(16)


마주 잡을 손


얼마 전 원주지방 남녀선교회 지회장들이 모여 교육받는 모임이 있었다. 공문을 받고 여선교회장인 이음천 속장님에게 알렸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은 속장님은 한사코 안 가겠다고 한다. 손이 이래갖고 어딜 가겠냐며 손을 내민다. 형편없이 갈라지고 터진 틈새를 따라 풀물 흙물이 밸대로 배었다. 어떠냐고, 그 손이 가장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손 아니냐며 얼마를 더 권했지만, 속장님은 막무가내였다.




일찍 남편과 사별한 이음천 속장님, 혼자되어 자식 키우며 농사 지어온 지난 세월을 어찌 말로 다 할까. 속장님은 지금도 무섭게 일을 한다. ‘소 갈 데 말 갈 데 없이’ 일한다고 스스로 그렇게 말한다.

그렇게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위기감에, 어쩌면 쉬 찾아들곤 하는 남편 없는 허전함을 일에 몰두함으로 잊기 위한 자구책으로 일에 자신을 내던져 온 삶이 흰머리 늘어난 오늘까지 계속 되어온 것이다.


흙물 풀물 밴 손, 갈라지고 터진 손을 떳떳하게 잡아 줄, 그렇게 건강하고 따뜻한 손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얘기마을> (1989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께 나눠야 할 몫  (0) 2020.07.07
전기 요금  (0) 2020.07.06
할머니의 믿음  (0) 2020.07.02
모두를 같은 품에 재워  (0) 2020.07.01
왜가리 할아버지  (0) 2020.06.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