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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의 '성서 묵상, 영성의 길'

눈을 떠라!

by 한종호 2015. 2. 26.

김영봉의 성서 묵상, 영성의 길(2)

눈을 떠라!

 

예수께서 게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셨다. 그 때에 무리가 예수께 밀려와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 예수께서 보시니, 배 두 척이 호숫가에 대어 있고, 어부들은 배에서 내려서, 그물을 씻고 있었다. 예수께서 그 배 가운데 하나인 시몬의 배에 올라서, 그에게 배를 뭍에서 조금 떼어 놓으라고 하신 다음에, 배에 앉으시어 무리를 가르치셨다. 예수께서 말씀을 그치시고,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 시몬이 대답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대로 하니, 많은 고기 떼가 걸려들어서,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자기들을 도와달라고 하였다. 그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히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시몬 베드로가 이것을 보고, 예수의 무릎 앞에 엎드려서 말하였다. “주님, 나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나는 죄인입니다.” 베드로 및 그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은, 그들이 잡은 고기가 엄청나게 많은 것에 놀랐던 것이다. 또한 세베대의 아들들로서 시몬의 동료인 야고보와 요한도 놀랐다. 예수께서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그들은 배를 뭍에 댄 뒤에, 모든 것을 버려 두고 예수를 따라갔다.(누가복음‬5:1-11)

 

시몬 베드로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고기잡이로 하루하루 벌어 사는 보통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도 인생이 잘 풀리는 때가 있었고, 잘 풀리지 않는 때도 있었습니다. 지난밤처럼, 밤새 지치도록 일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신감도 있었고, 고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자신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어느 재수 없는 날, 예수께서 그를 찾아오십니다. 많은 무리가 그분을 따라 옵니다. 예수님은 시몬의 배에 오르시더니 해변가에 서 있는 무리에게 설교를 하십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몰고 다니면서 설교하는 전도자들은 당시 갈릴리에 흔히 있었습니다. 그 전도자들은 로마 정부를 몰아내기 위해 군중을 선동하려는 열심당이거나, 자신을 메시아라고 착각하고 있던 광신자들이었습니다. 시몬은 그 사람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귓등으로 들으면서 그물을 손질합니다.

얼마 후, 그물을 손질하던 그의 손길은 어느 새 멈추어 섰고, 시몬은 그분의 설교에 푹 빠졌습니다. 고기 잡는 어부 베드로가 예수께 잡힌 것입니다.

설교를 마친 후,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말을 거십니다.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4절). 베드로는 순간 갈등에 빠집니다. 관록 있는 어부가 볼 때, 그것은 하나 마나 한 일입니다. 그 시간에 고기가 잡힐 리가 없고, 더구나 깊은 데로 갈수록 가망성은 줄어듭니다. 하지만 방금 그분에게서 느낀 그 ‘무엇’을 생각하니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분은 여느 전도자와는 달라 보였습니다. 간단히 ‘No’ 할 일이 아니라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대답합니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 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5절).

시몬은 우리와 다름없는 보통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있는 의혹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드러냅니다. 동시에 예수님을 믿고 의지하려는 마음도 인정하고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는 깊은 곳에 들어가 그물을 내렸다가 얼마 후에 그물을 끌어 올립니다. 밤새도록 허탕을 쳤는데, 이번에는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고기가 잡혔습니다. 시몬과 일행은 다른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간신히 고기를 끌어 올리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7절)고 합니다.

 


(V&A - Raphael, "The Miraculous Draught of Fishes (1515)" by Raphael)

 

이 때,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에게 달려가더니 그 무릎 앞에 주저앉고 부들부들 떱니다. 다른 사람들은 잡힌 고기를 보고 흥겨워하고 있는데, 베드로는 정반대로 행동합니다. 그는 떨리는 입술을 열어 말합니다. “주님, 나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나는 죄인입니다”(8절).

베드로가 우리 보통 사람들과 달라지는 지점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도약해야 할 지점도 바로 이곳입니다. 시몬은 배에 가득 찬 물고기를 보고 곧 손에 넣을 돈을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관심사는 그 일을 일어나게 만든 예수님이 누구인지에 있었습니다.

그 순간, 그에게 번득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자신에게 찾아오셨다는 믿음이 그의 마음을 압도한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동안 외면해 왔던 자신의 진짜 모습이 눈앞에 환히 드러납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선 죄인으로서 그는 두려움에 빠져 “아, 나는 죽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간청합니다. “나를 떠나 주십시오. 저는 도저히 당신 앞에 설 수가 없습니다. 당신 앞에 있으면 저는 질식해 죽든지, 타 죽든지 할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보통 사람을 부르셔서 특별한 사람으로 만드십니다. 베드로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보았고,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드러난 자신의 참 모습을 외면하지 않았고, 마음에 일어난 감정을 속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특별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들과 비교하면, 이것은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나 쉬워서 오히려 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특별해서 특별한 일이 된 것이 아니라,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일이 된 것입니다.

우리가 시몬 베드로와 같은 변화를 입으려면 대단하고 거창한 일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하나님을 생각하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영적인 깨달음에 정직하고, 그 깨달음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도 쉬운 일이지만, 죄에 물든 우리의 마음에는 너무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영적 깨임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것이 어떤 일이든, 하나님과 맞딱뜨리는 순간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영이시기 때문에 보이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진지하게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하나님이 여기 계신데 내가 몰랐구나!”라는 자각이 압도하게 됩니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하나님이 아니고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루돌프 오토(Rudolf Otto)가 말한 ‘누미노제’(Numinose)의 순간입니다. 그런 자각과 함께 “아, 나는 이제 죽었구나!”라는 탄식을 합니다. 하나님 앞에 서는 순간, 그 맑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그 때, 우리는 하나님이라는 거울을 등지고 자신의 진실을 외면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많은 이들이 그런 선택을 합니다. 그것은 죽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불에 타 죽을 줄 알면서 불에 뛰어드는 벌레처럼, 하나님께 타 죽어도 하나님 앞에서 죽겠다는 심정으로 그분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타 죽어도 괜찮다는 심정으로 그분 앞에 무릎을 꿇지만, 그로 인해 우리가 타 죽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의 죄를 예수께서 해결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그분은 나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를 짊어지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를 의지하여 하나님 앞에 나아갑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어깨를 어루만지시며, 예수께서 시몬에게 하신 말씀을 전해 주십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10절).

하나님 앞에 우리가 가지는 두려움은 우리가 제거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사죄의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서 성부 하나님은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회복시켜 주십니다. 그 때 비로소 진정한 사귐이 시작됩니다. 기도의 문이 열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회개는 기도의 문이며 영성의 근거입니다. 진정한 회개 없이는 진정한 기도가 없고, 진정한 회개가 없으면 영성은 허울이 됩니다. 진정한 회개는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할 때 발생합니다. 텅 빈 예배당에서 홀로 기도할 때, 마음 다해 찬양을 부를 때,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차를 마실 때,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를 마주하고 있을 때, 불현듯 찾아온 질병과 씨름할 때,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울 때, 혹은 무릎으로 말씀을 읽고 묵상할 때, 우리는 문득 하나님의 임재 앞에 서게 되고, 자신의 죄성에 몸서리치게 되며, 마음으로부터 터져 오르는 회개에 이릅니다.

그것이 두렵고 아프지만, 그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야만 하나님과의 진정한 사귐이 시작됩니다.

(묵상)

당신은 시몬 베드로처럼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그 앞에서 두려워 떨며 눈물로 회개한 일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주신 용서와 사랑에 감사하십시오. 하나님의 임재를 더 분명히 경험하며 살기를 기도하십시오.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었는지 반성하며 기도하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진정한 회개를 구하십시오. 하나님의 임재를 목도하고 그 앞에 고꾸라지는 순간을 허락해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찾아오실지 모를 하나님에 대해 늘 기대하고 삶과 세상을 관조하십시오. 느린 걸음으로 걷고 느린 눈으로 주변을 보십시오. 그리고 자주 머물러 앉으십시오. ‘누미노제’의 은총이 주어질 것입니다.

김영봉/와싱톤 한인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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