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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의 '너른마당'/설교비평 모음

성공 바이러스 경계령

by 한종호 2023. 6. 6.

 

 

 

다시금 '깨끗한 부자'가 뜨는 모양이다. 하기사 실패를 좋아하고 성공을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 오늘날 우리는 이른바 성공신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인사는 부자 되세요.”, 축복은 성공하세요.”이다. 부자 되기를 마다하며, 성공하기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 때 이명박 장로의 경우도, “성공 하세요.”를 대선의 구호로 내세웠으니 말이다.

 

이 성공에 대한 열망과 맞서는 것은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다. 당장에, “그렇다면 실패하란 말이냐?”라는 날카로운 반발이 나올 법 하다. 그러나 어떤 성공인지, 무엇을 위한 성공인지, 그리고 이 성공 이데올로기가 퍼지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되는지 성찰하지 못하면 그건 성공이 아니라 보다 깊은 실패일 뿐이다.

 

 

 

롯은 아브라함과 결별하면서 성공을 꿈꾼다. 그러나 종국적인 결과는 참담한 재앙이었다. 사울은 권좌에 올라 왕이 되는데 성공했으나 결과적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반면에, 나사렛 예수는 십자가 처형을 당하고 예수 운동의 실패를 가져온다. 그러나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승리의 시작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성공인가? 과연 성공이라는 말이 기독교 정신에 합당한 것인가?

 

와싱톤사귐의교회 김영봉 목사는 이러한 관점에서 성공 이데올로기, 성공 바이러스 경계론을 펼친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성공 바이러스가 유행입니다. 깨어 있어야 할 때입니다. ‘성경에는 성공이 없다는 이 엄연한 사실 앞에서 우리의 인생의 방향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김영봉 목사는 아주 단호하게 성경에는 성공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주장을 그의 설교를 통해 입증하면서, 이 성공과 성실을 대조시키고 있다.

 

“‘성경에는 성공이 없다라는 사실과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성경이 일관되게 제시하는, 믿는 사람에게 기대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성실’(faithfulness)이라는 사실입니다. ‘성실’, ‘신실혹은 충성으로 번역되는 이 말을 성경에서 찾아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합쳐 보면, 우리는 이렇게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성경은 성공이 아니라 성실을 원한다!’”

 

그런데 그는 이러한 성서의 정신과는 달리 세상은 전혀 다른 관심 속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는 더욱 도전과 딜레마가 되곤 한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공에 대해서는 성경이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고, 성경에서 가장 높이 사는 성실성에 대해서는 세상 사람들이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성경의 가르침과 세상이 추구하는 방향이 정반대로 엇나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제대로 믿어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경을 따라 살자니 세상에서 인기 없는 사람이 될 것이고, 세상을 따라 성공을 추구하며 살자니 성경의 말씀을 역행하는 것이 되니, 이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듯, 성경을 왜곡시켜서 성공에 이르는 성경적 비법을 만들어 내어 스스로를 속일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이렇게 설교하는 목회자가 오늘날 얼마나 될까요? 성공신화를 신학화해서 설교의 주제로 삼는 일이 태반인 한국교회의 강단에서, 이와 같은 말씀은 인기 없는 목사와 교회가 되는 첩경일 것이다. 그러나 김영봉 목사는 믿음의 원칙에 충실할 것을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그는 요셉의 경우를 들어, 그가 출세의 꿈으로 성공한 인물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에 최대한 성실한 존재였음을 주목한다.

 

요셉은 어릴 적에 꿈을 많이 꾼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꿈은 뭔가 심상치 않은 미래를 예견하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요셉이 적극적으로 추구한 꿈이 아니었습니다. 요셉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 뭔가 큰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제국 이집트의 총리가 되는 꿈은 요셉의 마음 어디에도 있지 않았습니다. 그가 위대한 이유는 불굴의 투지로써 성공신화를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라, 삶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성실신화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그 태도가 결국 그를 이집트의 총리로 만든 것입니다. 요셉의 성실성은 항상 그에게 이롭게 작용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성실성 때문에 감옥에 떨어졌습니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진실이 언제나 통하고 성실성이 언제나 먹히는 세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실하게 살다가 손해를 보고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요셉은 성공하기 위해 성실을 택한 것이 아닙니다.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바른 길이므로 성실을 택했던 것입니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탐욕의 성취를 성공으로 포장하고, 정의나 진실에 성실한 삶은 아예 관심의 대상으로도 삼지 않는다. 그로 인해 고난을 받는다 해도 선택할 줄 아는 믿음의 용기는 거론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진정 택해야 할 길에 대한 성찰의 깊이가 한국교회에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그의 설교를 통해 묻게 된다. 성공에 취하고 싶어 하는 사회, 그러나 정작 요구되는 성실과 진리에 대한 충성은 외면한다면 그 결과는 과연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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