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함정

한희철의 '두런두런'(2) 

개구리 함정

 

종례 시간에 들어온 선생님 얼굴은 무서웠다.

오늘은 집에 늦게 가야겠다며 지금부터 밖에 나가 개구리를 한 마리씩 잡아오라 했다. 이유를 묻지도 못한 채 우리들은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매운, 땅이 얼어붙은 그 때 웬 개구릴까,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채 우리는 각기 흩어져 학교 주변을 헤집고 다녔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우리는 다시 교실로 모였다. 교탁 위에는 무엇인가 시커먼 보자기에 덮인 것이 놓여 있었다.

어항이었는데 어항 속엔 우리가 잡아온 개구리 중(세 마리를 잡았다 했다) 제일 큰 놈 한 마리를 넣었다고 선생님이 설명을 했다.

그리고는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나와서 어항 속에 손을 넣으라 했다. 검지가 어항 바닥에 닿도록 끝까지 쑥 넣으라고 했다.

(출처:Oliver Tacke (http://www.flickr.com/photos/otacke))

 

며칠 전 납부금을 잃어버린 반 친구가 있었는데, 가져간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개구리는 영물이라 누가 가져갔는지를 알아 그 손이 들어오면 꽉 깨물 거라 했다.

나 말고도 대여섯 명이 걸렸다. 어항에 차례대로 손을 넣게 한 후 선생님은 한 사람씩 손가락 검사를 해 몇 명을 잡아냈다.

개구리가 잘못 알고 내 손가락을 깨물면 어떡하나, 개구리가 손가락을 깨물다니, 나는 두려움에 손가락을 바닥까지 넣지 못했다. 행여 개구리가 깨물까 싶어 넣는 척을 하다가 얼른 손을 들어올렸다.

나중에 짐작해낸 일이지만 그 때 어항 밑에 개구린 없었다. 어항 밑바닥에 먹물만 깔아놓고선 우리에게 개구리 이야기를 했던 것이었다.

다행히 다음날 돈을 잃어버렸던 친구가 자기 전과 책갈피에서 잃은 줄 알았던 돈을 찾아내어 누명은 벗었지만, 개구리 일로 마음에 남은 두려움과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어항은 작았지만 내겐 깊은 함정처럼 남아 있다.

누군가를 함정을 숨기고 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하는 것을 초등학교 5학년 그 때 나는 개구리 함정을 통해 배운 셈이다.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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