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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490

2022년 한글의 탈곡(한글날) 쌀알 같은 낱알의 한글들 정의와 자유 진리와 사랑이 시월의 가을볕에 구구절절 익어갑니다 저잣거리엔 욕지거리도 민중의 입에서 입으로 한글로 무르익어서 새끼줄을 꼬아 드리운 바지랑대 끝 푸른 하늘에 걸리었습니다 이제는 이 땅에서도 탈곡할 날이 머지 않았나봅니다 민중이 배가 부를 날이 하늘이 살아 숨쉬는 날이 한글과 한글로 이어져온 푸른 바람이 너른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이 푸른 가을 날 불씨가 되어준 동학농민의 횃불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삼월의 육성으로 피어올라 윗물로부터 썩어가던 이 땅에 다시금 시월의 촛불대행진으로 타오르는 불꽃 같은 쌀알 같은 우리의 한글들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을볕에 무르익어갑니다 썩은 밥을 먹을 수 없다 갖 탈곡한 쌀알로 밥을 지어 모두가 더불어 나누어 먹으며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2022. 10. 9.
석류 중학생 아들이 마루에 앉아서 꼼짝도 할 수 없단다 핸드폰 문자도 못 보낸단다 석류를 발라먹느라고 아, 가을이구나 한 알 한 알 석류알을 석류알을 매만지는 두 손이 석류 열매보다 큼직하다 문득 고개를 들더니 벽시계를 읽더니 "열 시네" 아침 햇살도 덩달아 좋아서 엄마손에 먼저 떨구어 준 석류알이 보석같다 2022. 10. 1.
다시 쓰고 싶은 인생이지만 지우고 다시 쓰고 싶은 인생이지만 평범한 오늘 이 하루가 내게 주시는 가장 좋은 선물이란 사실을 밤새 어둔 가슴 해처럼 떠올린다 숨으로 허공을 더듬어 가슴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지 순수로부터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있는 모습 그대로를 매순간 숨으로 가늠해본다 한 톨의 먼지처럼 일어났다가 떠도는 이 모든 것들이 머물러 안식을 얻는 숨 이 평안한 집에서 여태껏 살아오는 동안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단 하나는 영혼의 탯줄과도 같은 가슴에 드리우신 숨줄 내게 있어 숨은 하느님이 다시 새 숨을 불어넣으시며 처음 마음을 잊지 말라 하시면 상한 심령이 숨으로 이 순수에 기대어 2022. 8. 26.
이 침묵에 기대어 한 생각이 풀썩 일으키는 있음 이어서 있음 이 틈새로 흐르는 늘 고요한 없음 없는 듯 있는 이 침묵에 기대어 쉼 없는 생각이 쉼을 얻지요 2022. 7. 28.
나무 곁에 앉아서 나무 곁에 앉아서 나도 나무가 되고 싶은 날 움직이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멈춤과 침묵이 이상하지 않은 이 곳 어느 사람들의 나라에서 숨과 숨으로 구석구석 몸을 지우며 한 톨의 없음으로 돌아가는 좁은길 좁은문 나를 멈추어 침묵과 침묵으로 지구의 심장으로 뿌리를 내리며 푸른 떡잎처럼 포갠 두 발끝을 돌아 맑은 수액이 냇물처럼 흐르는 숨과 숨으로 제 몸을 살라먹으며 타오르는 촛불처럼 푸르게 그리고 붉게 하늘을 우러르는 한 송이 불꽃처럼 숨과 숨으로 걸어 들어가는 무심한 길 실핏줄 같은 뿌리와 뿌리로 묵묵히 이 땅을 끌어 안으며 기도하는 언제나 평화로운 한 그루 나무처럼 나무가 되고 싶은 날 나무 곁에 앉아서 2022. 7. 21.
지금 한반도호, 공영 안내 방송은 조작 중 2014년 4월 16일 아침 7시 40분 경 텔레비전에서 자막으로 보도되던 수학여행객을 태운 여객선의 기울어짐. 놀란 마음에 무사하길 기도했으나 의심은 하지 않았다. 저 커다란 배가 가라앉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테고, 대한민국은 얼마든지 구조 능력을 갖춘 조선 강국이 아니던가. 그때까지만 해도 한 치의 의심도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영언론의 보도를 믿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의 뉴스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날의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생명 구조에 주어진 시간을 가늠하면서 뛰어난 대한민국 육해공 구조대의 활약상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분과 초를 다투어야 할 육해공 구조대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전에 곧장 깊은 바닷속으로 침잠한 듯 감감했었다. 인근 바다에는 민간.. 2022. 7. 5.
낡고 오래된 양말 낡고 오래된 양말을 신을 때면 앞선 선각자들의 삶과 만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간소하게 살 수 있을까 날마다 똑같은 검고 해진 바지를 입을 때면 보다 더 단순하게 살 수 있을까 늘어진 양말의 목 주름이 좀 헐거워도 색이 바래고 올올이 낡았어도 여전히 소중하여 어진 마음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옷에 대한 부끄러움과 미안함은 한정된 지구 자원을 더 많이 소유하려는 탐진치 마음의 몫으로 밀어둔다 이마를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이 고마운 날 나의 얼굴과 작은 몸은 바람이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길이 된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걸로 보아 가슴속으로도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있는지 쉼 없이 움직이던 바람도 가슴속에선 오래도록 머물러 쉼을 얻고 겹겹이 바람은 아무리 불어도 하늘엔 주름이 지지 않으며 늘 새롭다 낡은 옷 주.. 2022. 6. 27.
창녕 우포늪 화장실에선 맑은 향기가 난다 일회용 플라스틱 물컵 속엔 네잎클로버 두 송이 두 손 닦는 휴지 위엔 솔방울이 둘 여긴 창녕 우포늪 화장실 누가 했나 문득 고운 향기를 따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한 마음 너머 옛 선사의 한 말씀 넘실넘실 물소리 바람소리로 깃든다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지금 있는 바로 이곳이 진리의 세계이니라." 바로 어젯밤에도 밤하늘에 먼 달처럼 그리던 얼굴 하나 그리던 한 마음인데 그리던 한 사람인데 문득 내 등 뒤에서 선사의 지팡이인듯 밀대걸레를 들고 서 계신다 "화장실이 참 깨끗합니다." 표현이 이것 밖에 안 되나, 속으로 되뇌이며 저쪽에서 비추는 말 "감사합니다." 이쪽에서 비추는 말 "감사합니다." 그 이상의 말을 이을 재주가 없는.. 2022. 6. 18.
네이버 영화 평점 1순위 <그대가 조국>, 하지만 2022년 6월 17일 현재 와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 순위, 1위는 2022년 5월 31일자 중앙일보에 보도된 기사문을 그대로 옮기면, '포털사이트 에서 한때 10점 만점 찍기도...' 칸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광고와 호기심에 본 관람 후기 평점란엔 별점 1점이 수두룩, 일본 영화 같다는 실망감이 대세. 그에 따른 영화 평점 순위도 23위, 영화관마다 하루를 빼곡히 채운 상영작 는 평점 순위 5위. 개봉일 이전부터 6월 17일 현재까지 포털사이트 와 에서 영화 평점 1순위는 , 우리는 참으로 눈 밝은 민족이라는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역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에서 동시에 을 내린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영화산업 대기업들이 정하는 상영의 기준이란 국민들이 저마다 직접 투표한 영화 평점 순위가.. 2022.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