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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297

글숲 신동숙의 글밭(248) 글숲 글숲에서 길을 찾기도 하지만종종 길을 잃기도 하지요 키 큰 나무와 무성한 수풀 속에서길이 보이지 않으면 가만히 눈을 감지요달과 별이 어디 있나 하고요 고요히 눈을 떴을 때 나뭇잎 사이로 해가 빛나면맘껏 해를 마주보기도 하고 햇살에 춤추는 먼지 한 톨에 기뻐하지요 2020. 10. 7.
순간 신동숙의 글밭(246) 순간 가까이 다가갈수록 향기 짙은고요히 깊어질수록 아름다운 매 순간이 꽃이더라모든 순간이 사랑이더라 슬픔은 눈물꽃으로 피우고아픔은 앓음앓음 한숨꽃으로 피우고 어린아이의 눈물웃음꽃으로 다시 피어나는햇살 머금은 아침이슬의 웃음꽃으로 빛나는 그러한 순간이 되는 길을고독과 침묵의 귀 기울임 말고는 나는 알지를 못한다 2020. 10. 5.
하늘의 사랑법 신동숙의 글밭(245) 하늘의 사랑법 오늘도 하늘을 바라봅니다유년의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말을 배운 기억보다 하늘은 더 앞선 풍경입니다 배고픔보다 더 커다란 허기를 하늘은 언제나 든든히 채워주었지요그러다가 저도 모르게하늘을 닮아가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바라보는 곳으로저의 눈길도 따라서 바라봅니다하늘로부터 햇살이 내려오는 길을빗물이 내려오는 길을 하늘이 걸어가는 길은땅으로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어린날에 산길을 내려오다가 만난 다정한 벗강아지풀 토끼풀 꺾어 제 팔목에 매듭짓다 보면뭉친 마음이 어느새 풀처럼 풀리던 기억처럼 하늘의 발걸음은 낮아져가장 낮은 땅으로작고 작은 생명에겐 단비로가난한 집 눅눅함을 말려주는 햇살과 바람으로 하늘은 세상의 모든 생명을 그 둥그런 품에 가득 안고서몸속까지 스며든 살갑고 고마운보.. 2020. 10. 4.
비가 내리는 날엔 신동숙의 글밭(244) 비가 내리는 날엔 비가 내리는 날엔다가오지 않은 미래보다는 저 멀고도 아득한 옛날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기억하지 못하는끝이 보이지 않는 가슴 밑바닥으로부터그리움이 밀물처럼 차오릅니다 빗방울이 떨어진 자리마다 흙이 패이고 흙탕물이 고이고가슴은 질퍽해져 뒤죽박죽이지만 끊임없이 내려앉는 빗소리에마음은 땅으로 낮아집니다 빗물이 처음 발길 닿은 곳에 잠시 고였다가 이윽코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듯가슴은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을 더듬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엔빗방울처럼 연약해진 가슴이 잘게 부서져 내리는연약하고 낮은 가슴을 지닌 이들을 생각합니다 2020. 10. 3.
내 마음 경전 (經典) 신동숙의 글밭(243) 내 마음 경전 (經典) 오솔길 나무 그림자 보면서 시시하다고얼마나 많이 지웠나 물 웅덩이 하늘 그림자 보면서 싱겁다고얼마나 많이 버렸나 본래 마음내 마음 경전(經典) 그림자가 품고물 웅덩이가 품는다 2020. 10. 2.
낭독(朗讀) 신동숙의 글밭(240) 낭독(朗讀) 곁에 아무도 없는 적막감이 밀려올 때 묵상 중에도 흔들려서 말 한 마디 건져올릴 수 없을 때 책을 펼쳐보아도글이 자꾸만 달아날 때 책을 소리내어 읽어줍니다내가 나에게 읽어줍니다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다독이고 다독이듯이 2020. 9. 25.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신동숙의 글밭(239)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땔감이래도 줏어다가 부뚜막 한 켠에 쟁여 드리고 싶은 집 가난한 오막살이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책으로 둘러쌓인 방 서넛이 앉으면 꽉 차는 쪽방에서 권정생 선생님 이야기 한 자락만 들려주셔요 *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은 권정생 선생님의 노래 상자 제목에서 인용 - 권정생 詩. 백창우 曲. 2020. 9. 24.
한마음 신동숙의 글밭(238) 한마음 그 옛날 당신이 내어준 한마음살갗을 스치는 바람인 듯가고 오지 않는 물결인 듯 까맣게 태운 마음 한 알가난한 마음에 품기로 하였습니다 바람결에 뭍어온 풀향 한 자락에물결에 내려앉은 별빛 한 점에그 한 말씀을 새기기로 하였습니다 2020. 9. 22.
가을비와 풀벌레 신동숙의 글밭(236) 가을비와 풀벌레 한밤에 내려앉는 가을 빗소리가 봄비를 닮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밤이면빗소리에 머물다가 저도 모르게 잠들곤 하였습니다 순하디 순한 빗소리에 느슨해진 가슴으로 반짝 풀벌레밤동무가 궁금해집니다 맨발로 풀숲을 헤치며숨은 풀벌레를 찾으려는 아이처럼 숨죽여 빗소리를 헤치며풀벌레 소리를 찾아 잠잠히밤하늘에 귀를 대어봅니다 가전 기기음인지 풀벌레음인지 마음이 문전에서 키질을 하다가자연의 소리만 남겨 맞아들입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빗소리도 발걸음을 늦추어 더 낮아지고 풀벌레 소리는 떠올라가을밤을 울리는 두 줄의 현이 되었습니다 가을비와 풀벌레는한 음에 떠는 봄비와 꽃잎의 낮은 음으로 2020.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