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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의 '너른마당'78

복음과 성공주의 이데올로기 “그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창대할 것이다.”(욥 8:7)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사람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막 9:23)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빌 4:13) 이 세 구절은 70년대 중반이후 지금까지 한국교회(특히, 순복음교회) 성장과정에서 가장 많이 쓰인 성서의 대목이라고 할 만 하다. 이 말씀을 듣고 주저앉았던 사람들이 일어서서 재기의 의욕을 불태운 경우가 적지 않다. 교회는 이러한 의욕의 무진장한 공급처였으며 그로써 한국사회의 발전을 보다 힘 있게 지원하는 근거지가 되었다. 7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가 겪은 가난과 열등감과 목표상실의 현실에서 풍요와 자신감과 성공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슬로건처럼 이 세 구절은 신앙인들에게 용기.. 2021. 9. 15.
‘영혼의 수척함’에 대하여 폭증하는 코로나에 다시 반복되는 장마와 같은 날씨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계절의 변화를 그 누구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어느 누구도 태양을 바닷속으로 집어넣었다가 산 위로 꺼내 올릴 수 없다. 하늘의 별들을 각자의 집으로 돌려보냈다가 다시 나오게 할 방법도 없다. 세상은 한없이 변하는 것 같지만 인간이 사는 본질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는 것같다. 요즘, 모름지기 자기 의에 사로잡혀 기준이 언제나 자기위주에 빠지는 일을 경계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런 사람들은 결코 착하지 않다. 다른 사람의 삶이 담고 있는 이런 저런 사연들을 헤아려주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과 진실 되게 만날 능력이 없다고나 할까. 늘 자기 입장만 내세운다. 자신의 입장이.. 2021. 8. 18.
신앙이라는 것 신앙이라는 것 인생을 살면서 ‘신앙’이라는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되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질문들, 가령 “나는 누구인가”로부터 시작해서 “어떤 삶을 목표로 삼아야 되는가” 등등 간단치 않은 주제들과의 씨름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는 것이 신앙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단 한마디로 “하나님을 만나는 일”이라고 설득하면 그로써 우리의 고뇌는 더 이상의 의문의 여지없는 상태로 안정되는 일까? 아무래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신앙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 우리의 일상의 생활과 분리되어 따로 종교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일상의 자질구레한 또는 사사로운 문제와는 관련이 없이 보다 심오하고 본질적인 차원의 문제들하고만 상대.. 2021. 1. 4.
리영희 선생이 그리운 시절 리영희 선생이 그리운 시절- 리영희 선생의 - 시대의 의로운 길잡이 오늘은 엄혹한 시절, 불의가 판을 치고 거짓이 난무할 때 그러한 권력에 맞서 자유와 진실을 추구한 언론인이자 지식인이었던 리영희 선생의 10주기이다. 한 시대를 사상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위치에 오른다는 것은, 본인에게 있어서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영광이 무수한 고초와 핍박 그리고 고난이 전제된 것이라면 아무나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닐 것이다. 리영희 선생은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그 격동의 시기에, 진실에 대한 깊은 갈구를 해온 세대에게 마치 샘물처럼 솟아오른 존재였다. 그의 책 『전환시대의 논리』는 냉전 의식으로 눈이 가려진 시대를 뚫고 진실의 정체를 보여준 위력적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는.. 2020. 12. 5.
전도서 기자는(3) 전도서 기자는(3) 인간은 누구나 늙어가고 또 기력이 쇠하여 어쩌지 못하는 때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그 어느 누구도 한때의 젊은 시절의 힘이 늙어 죽을 때까지 그대로 간다고 장담할 수 없으며, 그 자랑으로 한 평생을 자기 영광을 구하며 살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권좌의 영광에 취해 교만해지고, 자신의 간교한 지혜에 자만하여 구덩이를 파다가 자신이 그 구덩이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전도서의 기자는 “책은 아무리 읽어도 끝이 없으며 공부만 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한다.”(12:12)고 말하고 있다. 세상에는 알아야 할 것들이 널려 있고, 그걸 쫓아다니면서 사는 것은 피곤한 일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지혜자라고 알려진 전도서의 기자는 지식에 의한 명성을 도리어 거부하고 있으며 그것에 사로잡혀 사는 .. 2020. 10. 25.
1517년 10월 비텐베르크, 2020년 10월 서울 1517년 10월 비텐베르크, 2020년 10월 서울 비텐베르크 ‘흑곰’ 호텔의 아침 식사용 식당에서 곰이 으르렁거린다. 벨기에의 관광객 한 그룹이 뷔페 식당으로 들어왔다. 함부르크에서 온 운동복 차림의 부부는 엘베 강변의 자전거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서둘렀다. 네덜란드에서 온 한 교회의 교인들은 먼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조언한다. 도시에는 여러 나라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대부분 마르틴 루터를 보기 위해서다. 비텐베르크의 슐로스키르헤(Schlosskirche)교회는 온통 다가오는 만성절(할로윈데이) 준비에 여념이 없다. 수많은 성인들의 유적이 제단 위에 흩어져 있다`- 여기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한 조각, 저기에는 피 한 방울 혹은 순교자들의 뼈. 루터는 요새화된 탑의 고요한 골방에서 통찰을 얻는다.. 2020. 10. 24.
2020년, 파란만장한 역사의 점철 그리고 성서의 시선 한종호의 너른마당(63) 2020년, 파란만장한 역사의 점철 그리고 성서의 시선 우리에게 2020년은 한일합병과 식민지로서의 전락이 이루어졌던 1910년에서 110년이요, 한반도 분단의 결과인 1950년 6·25 전쟁으로부터 70년,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운 1960년 4·19 혁명 60주년, 그리고 군사정권에 맞서 싸운 1980년 5·18 민주항쟁 40주년이다. 실로 파란만장한 역사의 점철이다. 영국의 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라고 규정하면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이라는 전쟁 체제의 연속에서 얼마나 많은 인간이 희생되었는가를 증언한다. 우리 역시 그런 극단의 시대를 통과하면서 근현대사를 이어왔고, 21세기는 그런 극단의 시대를 초극할 수 있는 역사를 갈망한다. 그러나.. 2020. 5. 20.
권력자의 영원한 친구 김장환 목사 한종호의 너른마당(62) 권력자의 영원한 친구 김장환 목사 "그를 만나면 권력이 보인다"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이자 극동방송 사장일 뿐만 아니라, 침례교세계연맹 총회장이었던 김장환 목사의 성장기는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전쟁의 화마(火魔) 속에서 헤매고 있던 가난한 나라의 한 소년이 당시에는 꿈꾸기 어려웠던 미국에 건너가 중·고등학교와 신학대학원까지 마치고 돌아와 이제는 세계적인 기독교 지도자로 큰 것은 실로 입지전적인 이야기이다. 아무런 신앙적 배경도 없던 소년이, 이역(異域)에서 난관을 뚫고 실력을 쌓아 고국에 돌아온 후 영적 사역에 힘쓰는 인물이 되었다는 것은 감격적인 간증이 된다. 이와 함께 그가 오늘날 정계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계 지도자로서 굳건한 위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목사 .. 2019. 12. 13.
유승준의 ‘말바꾸기’와 차인표의 ‘당당함’ 한종호의 너른마당 유승준의 ‘말바꾸기’와 차인표의 ‘당당함’ - 신앙양심을 내세운 두 사람의 대조적인 처신 - 연예인들의 병역문제는 언제나 세간의 관심이 된다. 인기와 병역은 당사자에게는 중대한 도전이 되기 때문이다. 한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에 병역의 의무를 감당하게 되면, 당사자는 대중들의 뇌리에서 자신이 잊히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연예인의 병역문제는 병역이 젊은이들에게 가하는 현실적 압박과 제약을 가장 첨예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들이 병역문제를 어떻게 대하는가는 상당히 비중 있는 영향을 미친다. 다 같은 젊은 놈들이 누군들 시간이 아깝지 않고, 누군들 자신의 꿈이 소중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위해 그 만큼의 시간을 희생한다, .. 2019.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