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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연의 '아기자기'26

워킹맘과 육아빠의 세계로 이종연의 아기자기(26) 워킹맘과 육아빠의 세계로 8월 3일, 약 13개월의 육아휴직을 접고 복직을 했다. 그 전날 마음이 참 복잡했다. 돌아보면,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시간이었음에도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과 또 오늘의 무수한 반복이 지겨울 때도 있었다. 누구든 한 아이를 키우면서 감당해야 할 일정한 일은, 어제했다고 오늘 안 할 수 없었고, 내일 몫을 오늘 해 둘 수도 없었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그 육아의 9할을 이제 내일이면 남편이 맡는다. 나는 사실상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1할을 맡게 될 테다. 그리하여 언제나 똑같기만 했던 오늘이었는데, 그 오늘이 오늘은 (실제로는 똑같은데도 마음으로는) 괜히 더 특별했다. 무엇보다, 나의 복직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손 치더라도 (그러나 엄연한 우리.. 2015. 8. 9.
머리 커도 괜찮아, 비 맞아도 괜찮아 이종연의 아기자기(25) 머리 커도 괜찮아, 비 맞아도 괜찮아 에피소드 1. “이루는 원래 좀 작게 태어나긴 했지만 지금도 좀 작은 편이네요.” 9-12개월 사이에 받는 영유아검사가 있어서 동네 소아과에 갔다. 그리고 이루가 또래보다 작다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치를 접하고서는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그 느낌은 이내 반성으로 이어졌다. 평소 남편과 나는 이루가 통통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또 아빠를 닮아 (여보 미안^^) 머리가 큰 것 같아 알게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그보다는 가끔 이루 또래 아기를 키우는 지인들을 만날 때 듣는 이야기가 묘하게 신경에 거슬렸다. “잘 먹는가 보다” “10키로는 더 나가겠는 걸?” “묵직하네.” “우리 애는 그맘때 정말 작았는데” 등의 말은 그분들이 어떤 뜻으로 .. 2015. 7. 26.
‘생명의 자람’은 신비로웠다 이종연의 아기자기(24) ‘생명의 자람’은 신비로웠다 - 일 년을 돌아보며 - 지난주에 이루는 (무려) 만 한 살이 되었다. 예정일보다 보름 일찍, 2.6킬로그램의 작디작은 몸을 입고 세상 나들이를 시작한 지 벌써 일 년이라니. 한 아이의 엄마로서, 지난 일 년을 돌아볼 때 (가장 상투적인 표현을 빌려 쓰는 수준을 혜량해 주시길) 감회가 남다르다. 표현은 상투적일지언정 정말이지 감회가 남다르다. 내가 엄마가 될 줄 누가 알았겠나. 내가 일 년이나 아이에게 젖을 물릴 줄은 또 아무도 몰랐겠지. 어쩌면 엄마가 되고서도 (실제 이루에게 초점을 맞추고 사는 것과 별개로) 여전히 ‘모성애’ 혹은 ‘헌신’이라는 단어보다는 ‘자기애’에 애정을 느끼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도 꽤 있을 거다. 무엇보다 .. 2015. 7. 18.
노는 게 너무 좋아 이종연의 아기자기(23) 노는 게 너무 좋아 오후 1시 반, 여태 오전 낮잠을 자지 않고 버티던 이루가 밥을 먹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요즘 이루와 거의 전쟁을 치르듯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니, 겉으로는 그러하나 사실은 나 자신과의 전쟁이다.) 이사를 하고 친구들과 자주 만나면서, 그리고 또 하루가 다르게 자라면서 이루는 ‘사람’과 ‘놀이’를 좋아하게 된 듯하다. 또래 친구들과 은근히 놀 줄도 알고 (주로 ‘예쁘다 예쁘다’ 하며 쓰다듬기, 뽀뽀하기 등 스킨십을 시키면 곧잘 따라한다. 그 외엔 아직 한자리에 있어도 각자 알아서 노는 수준이다) 교회 사람들을 만날 때면 함박웃음을 짓는다. 이모들에게만 안기다가 지난 주일에 삼촌들에게도 덥석 안길 때는 괜스레 뭉클하기까지 했다. 지난 글에도 썼듯이 이.. 2015. 7. 4.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이종연의 아기자기(22)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은평구 주민이 된 지도 벌써 3주째다. 이사하는 날부터 ‘이웃’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고 기대했던 대로 ‘사람이 사람에게’ 가 닿는 만남 속에 살고 있다. 이사하는 날, 평소 가까이 지냈고 우리가 은평구로 이사하는 데 큰 이유가 되었던 건이네 가족이 나서서 도와주었다. 건이 아빠는 차를 빌려서 인천까지 와 주었고 건이 엄마는 휴가를 냈다. 그 덕분에 남편이 이사를 관장하는 동안 나는 이루를 데리고 건이네와 나들이를 갔다. 이사하면 꼭 하고 싶었던 게 한 가지 있다. 교회에 다니는 것이었다. 인천으로 이사하면서 전에 다니던 교회를 자연스레 떠나게 되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거리가 멀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새로운 교회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으로 어영부영 고민.. 2015. 6. 21.
엄마와 다이어트 이종연의 아기자기(21) 엄마와 다이어트 남편과 싸웠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싸우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대개 비슷한 이유와 패턴으로 싸운다. 주로 내게 중요한 감정과 일들을 상대가 세심히 살펴주지 못하거나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다를 때 다툼이 일어난다. 사실 다툼은 쉽게 일어나지 않고 보통은 내가 삐치고 짜증을 내는 쪽이고 남편은 달래는 역할을 맡는다. 간혹 오늘 남편이 표현한 대로 내가 혼자 끙끙거리다 "허리케인을 만들어 오는 날에는" 남편도 억울해서 "대체 뭐가 문제냐"고 하면 싸움이 되는 거다. 우리 부부가 싸웠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내 마음에 왜 갑작스레 '허리케인'이 만들어졌는지 얘기해 보려고 한다. 한 차례 다투고 (사실 일방적으로 내가 짜증을 내고) 잠시 휴전기.. 2015. 6. 14.
‘셀프 울컥녀’의 안녕 우리 집 이종연의 아기자기(20) ‘셀프 울컥녀’의 안녕 우리 집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네가 최고의 ‘셀프 울컥녀’야.” 저녁밥을 먹다 혼자 또 울음을 터뜨리는 나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엄마를 지켜보던 이루는 내가 쉽게 울음을 그치지 않자 덩달아 울기 시작했다. “이루가 울잖아. 그만 울어.” 나는 울음을 그치기 위해 이루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어흑흑.” 노래를 부르다 이내 또 울음이 터졌다. 좀 부끄러운 이유로 울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실 좀 우울하고 누군가 “더 울어 봐” 하면 충분히 오래 울 수 있을 것 같다. 아, 내가 생각해도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최고의 ‘셀프 울컥녀’는 내가 맞다. 이제 3일 후면 이사를 한다. 몇 달을 .. 2015. 5. 31.
예방접종 생각 이종연의 아기자기(19) 예방접종 생각 이루가 아팠다. 3일간 열에 시달리다 어제 열이 떨어졌다. 콧물이나 기침과 같은 감기 증상도 없고, 보채기는 했지만 활동력도 떨어지지 않아서 병원 갈 생각을 않고 기다렸다. 다행히 열이 잡혔다. 그런데 열이 내리니 온 몸에 열꽃이 피었다. 그제야 이게 돌발진이구나 했다. 등과 배부터 시작해서 목덜미와 이마까지, 오돌토돌 피어오른 열꽃은 회복의 신호라는 걸 전에 주워들어 알고 있었기에 안심이 되긴 했지만 보기에 영 안쓰럽긴 하다. 사실 아기가 아프면 제일 먼저 병원 생각이 난다. 아픈 원인을 찾아야 하고 그래야 치료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웬만큼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한 이루는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키우고 싶다. 물론 아프지 않다면 가장 좋겠지만, 아프면.. 2015. 5. 24.
이사를 가는 이유 이종연의 아기자기(18) 이사를 가는 이유 이사를 앞두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으로 이사한 날 바로 다시 하고 싶었던 이사다. 2년 전, 여러 사정과 상황을 반영하여 태어나 처음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동생과 같이 살게 되어 방 한 칸 더 있는 집이 필요했고, 남편은 외곽으로 빠지더라도 좀더 쾌적한 곳에서 살고 싶어 했다.) 문제는 내가 아파트를 참으로 괴기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는 데 있었다. 좁은 땅덩이에 머리 하나 누일 곳이 없어 콘크리트를 수십 층 쌓아 올려 그 위에 겨우 몸을 누일 수 있는, 참으로 비인간적인 곳이 아파트 아닌가. 어려서부터 마당 있는 집에 산 까닭에 인구가 미어터지는 서울에 살면서도 그 꿈을 버리지 못한 미련한 사람이 아파트를 좋아할 리 없었다. 이 집으로 이사하고 나서, .. 2015.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