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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선의 시편묵상18

너 따위는 하늘마저 버렸다고 시편 3편 2절 너 따위는 하늘마저 버렸다고 빈정대는 자 또한 왜 이리도 많사옵니까?(《공동번역》 彼無神助 其命幾何(피무신조 기명기하) 하느님이 저를 돕지 않으시니 그 목숨 앗는 것쯤이야 저들은 큰 소리치지요. 저들의 소리가 이 땅의 현실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이 땅은 당신의 도우심을 우습게 아는 흙으로 되돌아가려는 중력과 어둠의 힘이 더 강합니다. 그렇기에 당신을 의지한다는 것은, 믿음의 여정을 걷는다는 것은, 눕고 일어나는 것이 다 당신의 은혜로 인한 것임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순간순간 무(無)로, 흙으로 돌아가려는 중력의 무게 앞에서 주님이 주시는 힘으로 일어나게 하시고 당신을 소망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모두 당신의 은총 덕분임을 알게 해주십시오. 당신 장중에 잡혀 있는 이 순간.. 2021. 4. 25.
저의 적들을 쳐주소서! 시편 3편 3절, 6절 그러나 야훼여! 당신은 나의 방패, 나의 영광이십니다. 내 머리를 들어 주십니다.〔3절〕 적들이 밀려 와 에워 쌀지라도 무서울 것 하나 없사옵니다.〔6절〕(《공동번역》) 護我四周(호아사주) 無所畏矣(무소외의) 나를 지키시는 당신의 임재 누리고서야 기실 두려워할 것 전혀 없었음을 알게 됩니다(《시편사색》, 우징숑) 그러니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의 적들을 쳐주소서!” 그것은 사람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제 믿음의 여정과 이 길을 비틀려는 거짓에 대한 정확한 인식입니다. 물러나는 척 하면서 다음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거짓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고 어떻게 변장하여 전혀 새로운 양 접근하여 속삭이고 저를 설득하는지를 복기하는 것입니다. 잠깐 사이면 당신의 길과 세상의 길을 적.. 2021. 4. 24.
그럴수록 당신을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편 3편 4절 나 야훼께 부르짖으면 당신의 거룩한 산에서 들어 주십니다.(《공동번역》) 竭聲籲主(갈성유주) 온맘과 영혼으로 주님 당신을 부릅니다(《시편사색》, 우징숑) 그러니 그럴수록 당신을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이렇게 제 속의 결심은 연약하기만 한데 마음 안팎 적들의 조롱과 설득, 위협과 강권은 쉴 새 없이 울려납니다. 그러니 당신 이름을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시여, 이 인생을 불쌍히 여기시고 자비를 베푸소서.” 저들의 조롱이 제 귀를 다 채우고 그 위협이 제 마음을 가득 채워 저를 사로잡기 전에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소리를 다함(竭聲)은 기실 마음을 다함(竭誠)이지요. 멀리 계신 거 아니신가 두려워 당신을 부릅니다. 혹여 더디 오실까 두.. 2021. 4. 22.
내 적이 얼마나 많은지요 시편 3편 1절 야훼여! 나를 괴롭히는 자 왜 이리 많사옵니까? 나를 넘어뜨리려는 자 왜 이리 많사옵니까?() 吾敵何多(오적하다) 내 적이 얼마나 많은지요(《시편사색》, 우징숑) 당신께 나아가기로 결심하거나 마음을 다지면 걸리는 것들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나 저를 덮치면서 말립니다. 아직 때가 아니고, 그건 지금은 무리고, 나중에 해도 된다고 속삭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닥쳐오는 현실의 무게로 내리누르기도 하고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음에도 이런저런 걱정덩어리들을 마음에 던져 휘청이게 하고 팔과 다리를 묶기도 합니다. 주님 사실 제 적은 제 안에 가장 많습니다. 그 적이 제 약점을 잘도 파악하고, 때도 기막히게 잡아서는 저를 꼼짝 못하게 만듭니다. 적절한 핑계와 합리화라는 그럴듯한 선물을 주며 다음 기회엔 할 .. 2021. 4. 20.
제 분수를 모르는 하루살이의 소동이라! 시편 2편 4절 하늘 옥좌에 앉으신 야훼, 가소로워 웃으시다.() 笑蜉蝣之不知自量(소부유지부지자량) 제 분수를 모르는 하루살이의 소동이라! 4절에서 시인은 그 난장판의 야단법석에서 하느님의 웃음소리를 듣습니다. 1990년 보이저 2호가 바쁜 여정을 잠시 미루어 몸체를 돌려 지구의 모습을 촬영하고는 그 사진을 지구에 전송하였지요. 61억km 떨어진 곳에서 찍은 지구는 겨우 0.12 화소에 불과했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 사진을 보고 이 우주에서 인생이 몸붙여 사는 지구와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더 선명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임무를 제안하고 이끌었던 칼 세이건은 그 사진을 통해 얻은 감명으로 ‘창백한 푸른 점’에 지나지 않는 지구를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2021. 4. 14.
열방이 날뛰고 만민이 미쳐 돌아가는구나! 시편 2편 1-3절 어찌하여 나라들이 술렁대는가? 어찌하여 민족들이 헛일을 꾸미는가? 야훼를 거슬러, 그 기름부은 자를 거슬러 세상의 왕들은 들썩거리고 왕족들은 음모를 꾸미며 “이 사슬을 끊어버리자!” “이 멍에를 벗어버리자!” 하는구나!(《공동번역》) 何列邦之擾攘兮 何萬民之猖狂(하열방지요양혜 하만민지창광) 世酋蜂起兮 跋扈飛揚 共圖背叛天主兮 反抗受命之王 (세추봉기혜 발호비양 공도배반천주혜 반항수명지왕) 曰 “吾儕豈長甘羈絆兮 盍解其縛而脫其韁?” (왈 “오제기장감기반혜 합해기박이탈기강?”)(《시편사색》, 우징숑) 열방이 날뛰고 만민이 미쳐 돌아가네 세상 우두머리들이 거역의 깃발 세우고 모여서는 우리 주님 배반을 모의하는구나 벗어나자! 더 이상 말씀과 명에 잡히지 말자! 가만히 읽어보면 이 말씀은 구약시대의 .. 2021. 4. 12.
한 말씀만 하소서! 시편 1편 2절 야훼께서 주신 법을 낙으로 삼아 밤낮으로 그 법을 되새기는 사람 (《공동번역》) 優遊聖道中 涵泳徹朝夕〔우유성도중 함영철조석〕 거룩한 말씀 새김질하며 거닐며 종일 그 말씀에 젖어드노라(《시편사색》, 우징숑) 어떤 이가 신앙생활을 잘하고픈 젊은이에게 물었다고 합습니다. 평생을 믿으면서 살아가는 이 여정에서 무엇을 얻을 것 같습니까? 젊은이가 머뭇거리자 자답하길, 평생 이 여정을 통해 몸맘, 영혼을 꿸 단 한마디 말씀을 얻으면 충분합니다. 그 한 말씀을 펼치면 성서 전체가 녹아져 있거니와 우주를 담고도 남을 만큼이 됩니다. 이 한 점 인생을 담기에는 너무도 넉넉하지만 그 말씀을 거두어 마음에 새기면 좁디좁아 바늘 끄트머리같은 마음 중심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습니다. 우러르면 흔들림없는 북두성이 .. 2021. 4. 9.
아무 말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넉넉합니다 시편 1편 6절b 의인의 길은 야훼께서 보살피신다(《공동번역》) 我主識善人〔아주식선인〕 우리 주님 선한 이 알아주신다(《시편사색》, 우징숑)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 그에 대한 사실적인 앎을 지(知)라고 합니다. 그와 달리 그의 사람됨을 알아주고 그의 마음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것은 식(識)이라고 합니다. 지(知)는 일방적 관계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식(識)은 상호적이고 더 나아가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미 가득한 사건들로 이어집니다. 당신을 인정해주고, 삶에서 걸어온 걸음과 지향(志向)을 귀히 여기면서 수용해주는 이를 만날 때 그제서야 당신은 당신의 삶의 의미를 더 깊이 확신할 수 있지요. 잘못살지 않았구나! 때로 지칠 때 그런 이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2021. 4. 8.
그분의 마음, 성심(聖心)에 닿는 길 시편을 순서대로 읽되 한 시편 안에서 마음에 닿는 것을 붙잡으려 합니다. 차례와 관계없이 공동번역과 개역개정, 오경웅의『성영역의』(《시편사색》으로 번역출간)를 중심으로 더 입에 붙는 구절을 중심으로 한땀한땀 닿으려 합니다. 시편 1편 5절 야훼께서 심판하실 때에 머리조차 들지 못하고 죄인들은 의인들 모임에 끼지도 못하리라(《공동번역》) 天心所不容 群賢所棄絶〔천심소불용 군현소기절〕 하느님 싫어하시는 것을 믿음의 사람들은 버리고 멀리하네(《시편사색》, 우징숑) 신앙이란 여러 모양으로 우리의 삶에 다가오는 것을 곰곰히 살피면서 이걸 내가 용납하고 받아들이며 내 삶의 일부로 삼을 것인가를 묻는 연습입니다. 이 연습은 우리로 하여금 기도의 자리로 이끌어줍니다. 삶에서 받아들일 것과 멀리할 것을 결정하시는 분은 우.. 2021.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