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51 이야기에 대한 목마름 옆집인 상호형네서 라디오를 만들었단 얘길 듣곤 구경하러 갔었다. 별난 모양의 진공관들이 늘어서 있는, 집에서 꾸민 라디오였다. 거기서 소리가 나는 게 신기했다. 진공관 속 어디엔가 난장이만한 이들이 숨어 노래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린 내게 늘어선 진공관들은 그만한 사람들을 숨기고도 남을 것처럼 보였다. 동네에 처음으로 텔레비전이 놓인 집은 가게집이었다. 물건을 살 때마다 표를 나누어 주어 그 표 몇 장을 가져오는 아이들이게만 텔레비전을 보여줬다. 표를 구한 아이들은 신이나 으스대며 가게로 들어갔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괜스레 가게를 맴돌다가 안에서 들려오는 재미난 소리에 화가 오르면 안테나가 매달린 쇠기둥을 획 돌려놓곤 내빼곤 했다. 그럴수록 이야기가 있는 할머니 무릎이, 선생님의 자상함이 더욱 그.. 2021. 12.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