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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82

고마운 만남 모든 진료활동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 군의관은 찬찬히 하루 동안의 안타까움을 말했다. 진료를 받은 마을 분들의 대부분이 몇 알의 약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병이었다는 것이다. 보다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진찰과 치료가 필요한 분들인데 공연히 허세나 부린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나 안다. 그런 하루의 시간이 고마운 것은 단지 병명을 짚어주고 몇 개 약을 전해준데 있지는 않다. 쉽지 않은 훈련을 마쳐 피곤할 텐데도 귀대를 앞두고 하루의 시간을 주민을 위해 할애한 그 마음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그저 논밭이나 망가뜨리고 당연한 듯 돌아서곤 했던 해마다의 훈련인데, 그렇지 않은 모습 대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도 고마웠던 것이다. 훈련 나온 군복 입은 의사들께 받은 진료, 충분히 고마운 만남이었다. - 1.. 2021. 12. 8.
산골 산 정상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잠시 머물다 내려올 곳이지 거기까지 올라 서서 세상을 내려다 보았다면 멀리까지 내다보았다면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것이 있지 저 발아래 보이는 시인의 마을과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도리어 자신을 비추어 나도 그들과 같음을 나도 그처럼 멀고 작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때론 누군가에게 나도 별이 될 수 있음을 먼 그리움으로 빛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아무리 그래도 산 정상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그 누구든지 잠시 머물다 내려올 곳이지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정상에서는 높이 나는 새들이라도 잠시 머물기만 할 뿐 저녁이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 골짜기 어느 틈엔가 둥지를 틀고 고된 몸을 누이지 산골짜기 계곡을 따라서 물길을 따라서 내려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 2021.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