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61 숨겨놓은 때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초등학교 시절 잊지 못할 일 중의 하나는 배급식량이었다. 강냉이 죽, 우유가루, 빵 등을 우린 학교에서 얻어먹었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그저 얻어먹는 맛에 즐겁기만 했던 원조 식량들, 그건 먼 나라에서 보내온 구호식품이었다. 넉넉지 못한 양식, 왠지 모를 배고픔을 우린 원조식량에 의지해 한껏 덜며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5학년 때였을 게다. 그때 우리에게 지급된 구호식품은 가루우유였다. 커다란 종이부대에 담긴 구호식품 우유가 나오면 우린 한 봉지씩을 나누어 받았다. 양은그릇으로 하나씩 나누어 주는 일은 반장인 내 몫이었다. 차례대로 한 사람씩 우유를 퍼 주다보니 자루가 점점 줄게 되었고 나중에 자루 밑바닥까지 내려가게 되었다. 몸을 옆으로 숙여 깊숙이 손을 집어넣고 우유를 펴내느라 애쓰고 있을 때 선.. 2021. 11.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