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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12

토끼몰이 쉽게 생각했던 토끼도 이젠 잔뜩 겁을 집어 먹었습니다. 점점 포위망이 좁혀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겨울 방학 중 임시 소집일을 맞은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눈 쌓인 뒷산으로 올라 토끼몰이에 나선 것입니다. 몽둥이를 든 아이에 깡통을 두드리는 아이, 산을 빙 둘러 몰이를 시작할 때만 해도 구경하듯 느긋하던 토끼가 아이들의 소리가 점점 커지고 행동이 빨라지자 차츰 당황하게 된 것입니다. 발자국 소리에 놀라 저쪽으로 도망가면 “와!”하는 아이들의 함성이 막아섰고, 이쪽으로 뛰면 기다란 작대기를 든 아이들이 막아섰습니다. 이리 뛰고 자리 뛰고 하는 사이에 산을 에워싸던 아이들의 원은 점점 좁혀들었고, 그제야 토끼는 자기가 위태로워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간 게 종대 앞이었습니다. 아이.. 2021. 10. 21.
목수의 소맷자락 트실트실 튼 소맷자락 엉긴 나무 톱밥이 귀여워서 모른 척하며 슬쩍슬쩍 눈에 담았다 목수의 소맷자락은 찬바람에 코를 훔치지도 못하는 바보 트실트실 반 백 살이 되는 나무 문살 백 분을 떠안기며 돌아서는 저녁답에 톱밥 같은 눈물을 떨군다 아무리 눈가를 닦아내어도 아프지 않은 내 소맷자락이 미안해서 오늘 보았던 그리고 어릴 적 보았던 트실트실 흙과 풀을 매던 굽은 손들이 나무 껍질처럼 아름다워서 경주 남산 노을빛에 기대어 초저녁 설핏 찾아든 곤한 잠결에 마음에 엉긴 톱밥들을 하나 둘 헤아리다가 오늘도 하루가 영원의 강으로 흐른다 2021.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