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강아지

 


‘한국전기통신’이라는 사보(89년 3월호)를 보다보니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에 대한 글이 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 나오는 ‘하룻’이라는 말은 ‘하릅’이 맞다는 것이다. ‘하릅’이라는 말은 소나 말, 개 등의 한 살 된 것을 뜻하는 말이다.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되는, 그래서 눈도 뜨지 못한 강아지라면 범이 아니라 세상 아무리 무서운 게 있어도 무서워할 리가 없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하루보다는 한 살 된 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함이, 타당성이 있지 싶다.


점점 외래어로 대치되어가는 순 우리말, 말에도 생명이 있다던데 같이 걱정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열 살까지의 동물의 나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한 살(하릅), 두 살(이릅), 세 살(사릅), 네 살(나룹), 다섯 살(다릅), 여섯 살(여습), 일곱 살(이롭), 여덟 살(여듭), 아홉 살(아습), 열 살(열릅)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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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명태찜



한가위 명절 마지막 날
늦잠 자던 고1 딸아이를 살살 깨워서

수운 최제우님의 유허비가 있다 하는
울산 원유곡 여시바윗골로 오르기로 한 날

번개처럼 서로의 점심 때를 맞추어 짬을 내주시고
밥도 사주신다는 고래 박사님과 정김영숙 언니 내외

끓는 뜨거운 돌솥밥과 붉은 명태찜을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아 간직했던 소중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언니와의 첫만남에서 서로가 짠 것도 아닌데 둘 다
윤동주와 김용택 시인의 시집을 똑같이 챙겨온 이야기

그것으로 열여덟 살 차이가 나는 우리는 단번에
첫만남에서부터 바로 자매가 된 이야기

동경대전에 나오는 최수운님의 한시를 풀이해서 해설서를 적으신 고래 박사님의 노트 이야기

청수 한 그릇 가운데 떠놓고 
모두가 둘러앉아 예배를 드린다는 천도교의 예배와

우주의 맑은 기운을 담은 차 한 잔 올리는 다례법과 이어지는 한국의 고대 차례법 이야기

예수님과 제자들의 두레밥상 이야기
석가모니와 제자들의 대화가 경전이 된 이야기

김치와 물김치와 멸치와 김과 부추전 영양 반찬처럼  
둥근 이야기들을 푸짐하게 풀며 나누다 보니

숟가락과 젖가락은 쉬질 않았건만
밥그릇에 밥은 천천히 줄고

돌솥에 끓던 누룽지 숭늉은 한 김 식어 푹 퍼져 
먹기 좋은 순한 물밥이 되어 날 어린 시절로 데려온다

문득 명태찜 둥근 접시를 보니까
명태살들이 우리 모녀 앞으로 다 밀려와 있다

분명히 나는 바닷가 저쪽으로 간간히 밀어보내었는데
파도에 밀려 도로 해변가로 떠밀려온 물고기들처럼 

둥글고 커다란 명태찜 접시가 
울산의 푸른 앞바다처럼 출렁이고 있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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