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그리운 건



《갈수록 그리운 건 샘물이지 싶습니다.》
오전 내내 뚝딱거려 작업을 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연장과 나무궤짝, 그리고 주변의 각목조각들을 주워 모아 놓고 톱으로 쓸고 망치로 박고 지난번 쓰다 남은 페인트를 칠하고, 제법 분주하게 돌아쳐서야 서툰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교회 수도를 팔 때 교회 입구 쪽으로 수돗가를 만들었다. 길가 쪽인지라 마을 분들 일하러 지나가다 혹 목마르면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땀이라도 시원하게 씻으시라 일부러 위치를 그곳으로 잡았다.


대개가 원래 의도대로 쓰이지만 때때로 엉뚱하게 쓰이기도 한다. 몇 안 되는 동네 꼬마 놀이터(소꿉장난하며 쌀을 씻는 곳이다) 되기 일쑤고, 좀 큰 녀석들은 물싸움을 하기도 하고, 아예 호스로 물을 끌어 농약을 주기도 하고, 동네에 큰일 있을 땐 큰일에 필요한 물을 대기도 한다. 이번 여름엔 동네 할아버지가 당신네 마른 논에 물을 댄다시며 하루 종일 물을 틀어 놓은 적도 있다. 쉬 바닥나는 동네 물 사정에 비해 다행히 물은 넉넉해 그 어떤 쓰임새를 두고도 물이 떨어진 적은 없었다. 봉사하기 위한 수도이기에 쓰임새가 무엇이건 싫은 말 안했지만 지나친 사용을 두곤 속상하기도 했다.


작은 나무상자를 만들어 나무 막대기에 박고선 우물가에 세웠다. 그 안에 세수 비누와 바가지를 올려놓았다. 그 옆에 「T」자 형태의 푯말을 세워 ‘갈수록 그리운 건 샘물이지 싶습니다.’라 썼다.


‘정도를 벗어난 사용은 알아서 삼갑시다’라는 속뜻을 어렴풋 헤아려 주었음 싶었다. 어정쩡한 봉사를 한답시고 때로 껄끄럽게 바라보게 되는 내 시선을 고치고도 싶었다.


편히들 쓰십시오. 정말 바라는 건 그거랍니다.
‘갈수록 그리운 건 샘물이지 싶습니다.’란 애매한 말을 두고 선뜻 뜻을 헤아리긴 어렵겠지만 정말 속뜻은 편하게들 쓰시라는 그런 뜻이었다. 자신을 부추긴 선한 의도가 선함으로 이어지기를.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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